'매일 출퇴근만 해서 글감이 없다'는 말에 대하여

직장인의 빡침이 소설이 된 예: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by 소은성

부러운 글이 나왔다.

21회 창비 신인소설상 수상작인 장류진 소설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다.


<창작과 비평>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전문을 읽을 수 있다. 빛의 속도로 읽힌다!

http://magazine.changbi.com/q_posts/%EC%9D%BC%EC%9D%98-%EA%B8%B0%EC%81%A8%EA%B3%BC-%EC%8A%AC%ED%94%94/?board_id=2659

관련기사도 나왔다. 단편소설이 이 정도로 화제가 된 것은 정말 오랜만에 봤다.


“월급이 신용카드 포인트로 나오면 어떻게 하지?” 화제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2737336&code=61121111&cp=nv


재미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상은 ‘정말 재밌다’는 거였다.

트위터에 그렇게 감상을 쓰려다, 머뭇거렸다.

'명색이 글쓰기 선생인데, 좀 고매한 감상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한국 단편소설에서는 ‘재미’를 따지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봐도, 이 소설은 재밌고, 재밌고, 다시 봐도 재밌다.


컨텐츠는 우선 ‘재미’로 독자를 매혹시킨다. 재미가 어떤 빛깔의 것인지는 이후에 따져볼 문제다. 재미의 측면에서, 100명의 독자에게는 100명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게는 캐릭터가 중요했다. 그 중 ‘거북이알’ 캐릭터가 인상적이었다.


작중 인물인 ‘거북이 알’은 회장 심기를 건드려 좌천된다. 옮겨 간 곳은 카드 프로모션 기획 부서다. 포인트 적립에 대한 기획안을 냈다가 “포인트가 그렇게 좋은 거면 일 년 동안 월급을 포인트로 받으라”는 봉변을 당한다. 그런데 거북이알은 일상을 살아간다.


모멸감도 잠시, “어김없이 날은 밝았고 여전히 자신은 이 세계 속에 존재하며 출근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용한다. 이 수용의 자세가 인상 깊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퇴직금으로 먼 나라에 여행을 가는 게 아니라, 하던대로 그냥 출근을 한다. (거북이알이 생활비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는....소설을 읽어보시라)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을 참 좋아한다. 투덜대는 대신, 자기가 선 자리에서 어떻게든 삶을 이어나가는 사람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한국 소설에서, 이런 존재가 주인공이 되었다는 사실도 참 좋았다. 화폐의 가치에 대해 장광설을 펴지 않고 할 말만 명료하게 하는 사람이라서 참 좋았다.


평론가라면 “사실 돈이 별건가요?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인 거잖아요.” 부분에 밑줄을 치겠지? 정치경제학 원론이나 ‘유가증권으로 무한 교환가치인 화폐에 맞서는 ‘발칙한’ 저항에서 나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통쾌함을 맛봤다’ 는 등의 평을 쓸 것이다.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당연히 그리 하셔야 할 것이다.


제목을 뜯어보며 ‘일의 무엇이 사랑과 의미, 곧 기쁨의 원천이 되는지’를 분석할지도 모르겠다. 지배구조와 피지배구조의 역학에 관해서는, 평론이라면 응당 나올 것이다.






0000의 글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상욱이거나 유아인이거나.

그러면 물어본다. "이 글이 부러운가요? 이렇게 쓰고 싶나요?"

그리고 덧붙인다. "제 견해보다는, 당신의 마음이 중요해요."


나는 장류진 작가의 글이 부러웠다. 모든 평은 그곳에서 출발한다.


실은 더 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는 내가 유일하게 ‘사회적 인간’을 만날 때가 글쓰기 수업이다. 깜짝깜짝 놀라는 나를 보고 ‘아니, 어떻게 이런 걸 모르지?’하고 놀랐을 수강생도 많았을 테다.

“사무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인간이 있어요?”

“으아. 회식은 그 정도 분위기예요?”


분명히 나도 10년 전엔 겪었던 회사생활인데, 프리랜서로 혼자 오래 일하다 보니 생경하고, 동시에 너무너무 재미있다. 매번 생각한다. “구로디지털 단지에서, 일할 때....왜 소설을 안 썼던가!"

하루를 견딜 수 없어서 책상 위에 1리터 짜리 리스테린을 두었다. 사무실에서는 술담배를 할 수 없으니, 가장 자극적인 것으로 고른 게 오렌지 맛 리스테린이었다....


아멜리 노통브는 초 히트작 <두려움과 떨림>에서 자신의 일본 회사 수난기를 그려낸 바 있다. 읽으면서 또 땅을 쳤다. 나도 쓸 것을....(이제 기억이 흐릿해져서 생생하게 못 쓸 것 같다) 너무 아까웠다.

"하루하루가 ‘퍽킹 싸우스 코리안 직장인 수난기’였는데. 영문 번역해서 해외에 팔 것을.”


반성한다. 그 때....매일이 빡쳤을 때....초고를 써 두었어야 한다. 완성은 못해도 초고를 써서, 퇴사한 후에라도 원고로 만들었어야 한다.





방금, 글쓰기 모임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녀가 카톡으로 글을 보내주었다. 여기에 첨부한다.


"해설이 필요없는 소설을 만났다. 사회 구조가 어떻게 재화가 어떻게 하는 해설을 붙이기에도 뭔가 민망스런 소설이 등장했다. 이 글을 본 평론가는 저자의 죽음 혹은 문학의 종언을 떠올리겠지만, 그런 거창한 사유를 붙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 글은 의미가 있다.


가령 동종 업계 사람들은 ‘나도 쓰겠다’라는 말을 덧붙이겠지만, 이 소설의 재미는 거기에 있다. 문학이 더 이상 우리의 삶과 분리된 다른 영역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소설 속 세계가 현실 세계와 구별할 필요도 없을 뿐더러, 구별되지 않는 동전의 양면 같은 한 세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쉽고 명확한 용어와 분명한 사례로 말이다. 왜 소설은 현실과 분리되어야 하고,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에 대한 지루한 언어로 해설을 달아서 권위를 얻는 사람은 누구인가.


실제로 2015년 국내 유명 기업에서 월급을 포인트로 지급한 사례가 있었다. 작가가 해당 사연을 참고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 소설을 통해 우리는 현실이 소설보다 더 환장할만한 곳이 되었다는 데 동의하게 된다. 이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독자들은 단기간 내에 즉각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문학의 성역이라는 게 존재했던 시대가 있었다. 공공성이니 의제니 시대정신이니 하는 것들을 들먹이면서, 여성들의 서사를 듣고 싶지 않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던 상위 포식자들을 있다 여전히 그들은 편집진으로 자리하고 있고, 작품과 작가의 영광을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그런 부제를 도저히 첨부할 수가 없다. 이론적인 내용을 덧붙이기에 너무 일상적이면서 쉬운 서사인데다가, 너무 분명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서, 첨언한 내용이 없다. 그들의 설 자리가 없는 셈이다. -백무늬."





내게는 장류진 작가의 용기와 영리함이 좋았다. 이 정도의 필력이라면 이 정도의 흡인력이라면, 더 '문학적인' 소재, 더 거창한 세계관을 다루지 못할리 없다. 하지만 내가 선 자리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담담함도 좋았다. 그 정도다.



“책상에 앉아 있어봐야 글이 안 나옵니까. 산나물 파는 할머니 옆에 앉아서 살아 온 이야기도 듣고 생선파는 아저씨가 내장 손질하는 것도 보고...그러면 자연스럽게 생생한 삶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게 제 글의 바탕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일부러 전통시장에 가서 앉아 있는다는 작가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전문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이런 톤의 고백이었다. (<한지붕 세가족><서울의 달> <유나의 거리>을 집필한 드라마의 거장 김운경 작가다)


글감 수집에 관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다. 판타지 소설 작가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글감을 수집하는 것은 작가에게는 기본이다. 박완서 작가도 지하철을 타면 중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초보 기자 시절, 존경하는 작가님들처럼 되고 싶어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음흉하게도, 이어폰을 끼되 음악을 플레이하지 않고 있던 기억이 난다.


당신의 일상은 글이 된다. “작가라면 살인 빼고 다 해야 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대단한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사랑을 해야 한다는 강박은 버려도 좋다. 삶에서 무언가 심오한 것을 찾아냈기에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고통스럽게 순례자의 길을 걷거나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은 모두 끝내주는 글을 썼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힘들다, 우리 그냥 서울에 있자구! 지금도 힘들다 충분히....)



아직, 삶을 잘 알지 못해도 글은 쓸 수 있다.

놀라운 깨달음이 없이도 이야기를 쓸 수가 있다.

당신이 오늘 한 일을 써도, 글로서 충분하다.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되고야 만다. 물론 필요한 것은 몇가지 있다. 생생하고 사실적인 장면들을 글로 만들기 위해선, 감각과 집중력이 좀 필요하다. 일상에서 오감을 열고 살 것! ‘감탄하기 위해’ 준비할 것! 듣고 보고 느끼고 생각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카페에서 들려오는 대화, 출근길 마주친 사람의 표정,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모두 글감이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기쁨과 슬픔은 문장이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스타트업 개발자의 이야기도 소설이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오늘, 당신의 '빡침'은 무엇이었나요?

지금 당장, 그것을 글로 쓰세요!







쓰려고 앉으면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10월 모집


10월부터는 총 4개 반으로 운영합니다:)
강의 내용은 모두 같고요. 주1회 클래스/2시간/총 4회 수업이예요.

9월 수강신청 마감 후 요청 주신 분들이 많으셔서 반을 하나 더 만들었답니다.

10월 17일 개강반 /수요일 저녁 7:30
10월 18일 개강반 /목요일 오전 11:00
10월 18일 개강반 /목요일 저녁 7:30
10월 20일 개강반 /토요일 오전 10:00

https://blog.naver.com/purplewater/221306997567 이 강의와 똑같은 커리큘럼이랍니다.


--------------------------------------------------------------------------------
모든 것은 글이 됩니다. 이완'과 '발견'이 이 워크숍의 목적입니다.
요가를 하다 '어랏, 내 몸이 이렇게나 뻗어나갈 수 있나' 느낀 적이 있어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에요.
복잡하고 경직된 마음을 풀어놓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만 하면, 글쓰기는 훨씬 자유롭고 능숙해집니다.

글쓰기 신생아 시절, 에세이 마감 때마다 맥주를 마신 기억이 있어요.
너무 괴로운 일에 대해 쓸 때는 쓰다 말고, 쓰다 말고, 그런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그러다 마감이 턱끝까지 오면 한참 달리고 와서 쓰기도 했어요.
완전히 지치지 않으면 자꾸 검열하고 제동을 걸게 되어서요. 나중에 알게 되었죠.
제대로 된 쓰기 방법을 몰라서 썼던 안간힘이었구나, 하고요.

글쓰기 잠재력만 품은 채
매일 쓰다 마는 분들을 위해 만들었어요!
제 경험과 제가 깨달은 방법들을 기반으로,
꼭 쓰도록 만들어 드릴게요!

<워크숍 안내>
1 듣는 강의가 아니라, 쓰는 워크숍이에요. 일방형 강의가 아니라, 멘토링이자 코칭입니다.
2 어떻게든 '내가 가장 쓰고 싶은 글을' 꺼낼 수 있도록 제가 지도합니다.
3 글의 종류는 에세이가 기본이지만,
각자의 취향에 따라 엽편 소설, 시, 칼럼, 동화 등 고르셔도 좋아요.
4 초보라고 염려 마세요. 글쓰기 신생아도 상관없어요!

<워크숍 방법>
매번의 워크숍은 테마가 다릅니다.
인터뷰, 몸을 움직이기, 노래로 만들기, 몸으로 말하기, 표정으로 표현하기,
최면을 걸듯 유년기로 돌아가기, 사진을 관찰하기,
불을 끄고 쓰기, 왼손으로 쓰기, 3인칭으로 쓰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통해 글쓰기 근육을 자극합니다.

추천 대상
각자의 글을 완성하되, 서로 비교할 일이 없으므로 각자의 필력 수준이 상관없어요.
-여행글, 에세이 등 사적인 논픽션을 쓰려는데 자꾸 미루게 되는 분
-문장력과 어휘력, 발상, 구상 등을 고루 기르고 싶은 분
-규칙적인 글쓰기 습관을 기르고 싶은 분
-1주 1번의 릴렉스 타임이 필요하신 분
-머릿속엔 구상이 많은데 막상 풀어내려면 화가 나는 분


자세한 사항은 소글 블로그에서 보세요 ->

https://blog.naver.com/purplewater/221372872360


작가의 이전글쓰려고 앉으면 막막한 사람들을 위한 워크숍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