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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May 10. 2018

이 세상 모든 글쟁이는 어그로 끄는 관종이다

잘 나가는 웹페이지 속에 숨은 관종의 속성, 어그로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Ⅰ.


지금 이 글을 보는 너, 진심인가? 정말 어그로 끄는 법이 궁금한 게 맞나? 진짜 관종의 글쓰기가 뭔지 궁금해서 클릭했나? 그렇다면 웰컴. 당신은 이미 비범하고 멋지다. 칭찬부터 하고 시작!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우선 관종이랑 어그로가 각각 무슨 뜻인지나 살펴보자. 왜, 보통 뭘 가르치려 할 때 꼭 도입부로 사전적 의미부터 파악하잖나. 좋든 싫든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니까 하는 거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게 뭔지 정의를 먼저 알면 접근하기가 좀 더 쉬워져서 그렇다.


관종은 관심종자의 준말이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사람 또는 그런 부류라는 뜻이다. 어그로는 폭력, 분쟁, 성가신 문제 등을 뜻하는 영단어 aggro에서 왔다. 상대방을 도발해서 관심을 끌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즉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상대방을 도발해서 관심을 끌게 하는 행위를 저지를 때에 ‘관종이 어그로를 끈다’는 표현을 쓴다.

관종과 어그로의 DAUM 사전 뜻풀이. 즉 넷상에서 시비를 걸면 그 행위가 어그로이며 그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관종이 된다.

보통은 키보드 배틀을 괜히 야기하는 인간들한테 주로 쓰는 말이지만 반드시 부정적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에 글을 써서 올리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며 그 표현이 주목받도록 하고자 자극적인 혹은 멋들어진 문장으로 양념을 치는 일 역시 꼭 하니까. 그 목적이 아닌 사람들은 그냥 일기장에다 써서 제 혼자만 본다.


그러니까 내 마음대로 종합하자면 이런 괴이한 한 문장이 완성된다.


모든 글쟁이들은 관종이며 관심을 잘 받는 글쟁이들은 아주 그냥 어그로꾼들이다.


진짜다. 각 플랫폼마다 잘 나가는 SNS 글쟁이들은 제각기 어그로 능력을 갖춘 관종들이다. (물론 나를 포함해) 별의별 관종들이 많아 예시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으나 앞으로 최소 네 차례는 더 쓸 연재의 첫 편이니까 두 가지만 보여주겠다.

"단 한 방울로 연봉이 날아가는 술"이라니?! 제목에도 도입부에도 각 포인트마다도 끌리는 유우머가 가득하다. (사진=마시즘 캡처)

먼저 네이버 포스트 등에 연재하고 있는 마시즘이다. 맑시즘 말고 마시즘. 이름에 담긴 것처럼 마실 수 있는 모든 음료수, 특히 술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이다. 소재도 확실한데 어그로를 끄는 나름의 공식마저 갖췄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술 Best10’ 소개에 들어가면서는 “친구야 오늘 같은 날을 기다리며 마시고 싶었던 술을 적어왔어”라며 어떤 스토리라인이 펼쳐질지 상상력을 먼저 자극한다. 또한 “장점 : 양꼬치엔 칭따오 / 단점 : 내가 양고기 못 먹음”처럼 단락별 도입부마다 위트 있는 포인트를 넣어 본문을 향해 독자의 시선을 흡인시킨다. (물론 ‘내가 양고기 못 먹음’이 비추 까닭으로써 많이 중요하지는 않다. 알지?)


브런치의 주간 개복치에도 틈새마다 어그로를 끄는 낚싯바늘이 숨어 있다. 예를 들면 “나처럼 소심한 사람에게 SNS는 인생의 득이다”라는 보편적이지 않은 주제 문장과 함께 “언젠가 만날지도 모를 인연이 400명이나 있다규!”라는 분명한 근거 문장이 앞자락에 콕 박혀 있다. 얘가 무슨 말을 하려는구나, 를 미리 아는 것은 스포일러가 아니다. 훌륭한 예고편이다. “소셜 에너지 총량의 법칙” 같은 독특한 부제 역시 독자가 긴 글을 읽어 내려가다 지쳐갈 쯤이 되면 어김없이 튀어나와 “어딜 봐? 날 봐!” 하며 붙잡는다.

'왜 SNS가 인생의 득일까? 소셜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뭔데?'라는 궁금증(=흥미)이 틈틈마다 터진다. (사진=주간 개복치 캡처)

이게 적당하고도 좋은 어그로다. 그렇다면 과한 어그로는 무엇이냐? 앞서 말했듯 키보드 배틀을 불러일으키는 유형들일 테다. 제목으로 독자를 사로잡아놓고 내용은 전혀 관계없는 소리들을 지껄여 정말 사람을 낚는다거나 시종일관 지나치게 공격적인 태도로 써내려가서 클릭한 사람의 반발심리를 돋우는 일이 옳은 어그로라 보이기는 힘들다. 당장 화가 나게 하지 않더라도 지나치게 선정적인 주제만 뽑아대는 일도 쌓이고 쌓이면 문제가 된다. 마치 인사이트처럼.


어그로를 잘 활용하는 이가 바로 세상에 득이 되는 참된 관종이다. 앞으로 《관종의 글쓰기, 어그로 끄는 법》을 연재하면서 제목과 문장 등을 어떻게 써야 어그로를 끌 수 있는지부터 SNS별로 어떤 특성을 살려 써야 거기에 알맞은 관종이 될 수 있는지까지 알려줄 참이다. 한 번 사는 삶, 한 번 올리는 글들인데 관심 한 번 제대로 받아보자. 그러니까 커몬.



〈어그로 끄는 법, 관종의 글쓰기〉 글 | 니스 '더 글리에이터 The Geuliator'

글쓰기를 축구로 시작해 메이커, 프로레슬링을 갖고도 이것저것 써나가고 있다. 헌데 내 지인들은 축구에도 메이커에도 프로레슬링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나 글쓰기 교육이나 좀 시켜줘라” 하는 거다. 그래서 출발선을 끊었다. 어쨌든 이런저런 덕질 다 하더라도 모두 글쓰기로 해왔고 결국은 이게 나랑 가장 잘 맞겠구나, 해서. 확 그냥 유튜브도 열어버려?

https://www.instagram.com/nice_jangzziway/

junnislj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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