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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은성 Dec 19. 2018

소리로 기억되는 폭력의 시절

내게 K고교의 기억은 쇠막대가 내는 파찰음이다 

“딱딱.”

쇠막대가 녹색칠판에 닿으면서 내는 파찰음은 단조로 둔탁했었다. 


여느 평범한 고등학교처럼 십몇년전 내가 다녔던 학교도 “야간자율학습”이라는 걸 했다

(참여동의서를 걷기는 했지만, 단언컨대 ‘자율’이 아니었다). 


교실감독을 자주 돌던 선생이 하나 있었다. 그는 족히 본인 상반신 정도 되는 길이의 막대기를 들고 다녔다. 금속성 야구배트처럼 반질반질하고, 두께가 손가락 마디쯤은 되는 쇠막대기. 조는 학생들을 깨울때면 그 막대기로 칠판을 쳤다. “딱딱.” 

그 소리가 매일 밤마다 형광등 침침한 복도를 울렸다.


아침 7시 몇분이면 등교를 해서 자정 직전까지 공부를 하자면 당연히 잠이 쏟아졌다. 나와 친구들은 감독 교사 눈치를 보며 엎드려서, 때로는 수학문제를 고민하는 척 턱을 괴고 잤다.


선잠을 자다가 그 “딱딱” 소리가 나면 신경질적으로 잠이 깼다. 

“딱딱” 소리를 들은 즉시 일어나지 않으면 선생이 친히 다가와서 깨웠다. 

상상해보라. 예민한 사춘기 학생에게 중년의 남성교사가 체온을 훅 끼치며 다가와 깨우는 상황을. 당연히 진절머리 나게 싫었다. 


그런 사태를 피하자면, “딱딱” 직전 혹은 적어도 “딱딱”직후에는 깨어나야 했다. 


결국 고등학교 3년 동안 그 남성 교사의 무게가 실린 슬리퍼 소리에 털끝 하나까지 레이더를 곤두세우면서도, 잠을 자는 신묘한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렇지만 이후로도 한국인으로 사는건 수면부족의 연속이라 대학 강의실에서, 회사 화장실에서도 슬금슬금 졸았다. 감독교사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졸때면 그 “딱딱”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상상의 “딱딱” 소리에도 신경질적으로 놀라며 잠이 화들짝 깼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니까 이제 “딱딱” 소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다니. 어이가 없으면서도 오죽 시달렸나 싶어서 열여덟 무렵의 내가 새삼 측은했다.


대학이 뭐라고, 이상한 환청까지 남겨가며 십대시절을 보낼 것은 아니었다. 당시에는 알지도 못했지만, 머리가 크고 알게된 세계인권선언 제24조는 “모든 인간은 휴식을 취하고 여가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거였다. 내가 경험한 고등학교 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휴식과 여가를 가볍게 무시할 정도로는 폭력적이었다. 

“딱딱”소리의 환청은 그 폭력의 생채기일 것이다.


나는 쇠막대기를 닮았던 폭력의 시절을 소리로 기억한다. 


글쓴이: 꼼치 

낮에는 법을 다루고 밤에는 글을 다룬다. 



*소글워크숍 커리큘럼 중 '문득 떠오르는 소리에 대해 7분 동안 쓰기'를 통해, 

기억을 발견하고 긴 글로 완성했습니다. 때로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은 어떤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풀려나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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