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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8수

노트북 전원 켜기도 귀찮은 게으른 인간에게

by 소은성

1 마포구에서 내가 가장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아무도 인정해 줄 거 같지 않지만 주관적으로 그러하다. 언젠가 수강생 M이 그러더라. 글쓰기 과제(긴글)은 마음의 사치에요. 마음이 안 좋으면 안 하게 돼요.


바쁘냐 물었더니 그건 아니랬다.


알아요. 각잡고 긴 글 쓰는 건 꽤 의지가 활용되어야 하는 일이라, ‘할일이 너무 많아 ㅠㅠㅠㅠ’ 모드가 되면 외면하게 된다. 그래도 나같은 수다쟁이라면 어딘가는 쏟아내게 된다. 긴 글 안 쓰는 동안에 트위터 어딕트가 되었....


2 페이스북은 지인 기반/좋아요에 집착하게 되어(나=내성적인 관종) 글을 쓸 때 부담스럽다. 누구도 오지 않는/오더라도 내가 모르는 분들인 브런치가 편안하다.


3 옐로우 덕 작가님을 따라 ‘잡설’을 남기는 페이지를 열었다. 나는야 카피캣!


한번은 작가님과 도서전에 가기 위해 전철역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나는 지각을 했고 그 사이 역사 안 오뎅집에서 알찬 브렉퍼스트를 드시고는 페북에 잡설을 쓰셨더라. 글에 그림에 번역에 육아에, 한때 캠핑카로 전세계를 유랑하셨던 작가님의 글쓰기 방법은 ‘길에서 잘 익은 오뎅 한 꼬치 먹고 소화되는 동안 서서 스마트폰으로 쓰기’ 였던 것이다.



이야 저것이 such as real 노마드 라이프!



라며 존경의 눈빛을 보낸 뒤에도, 나는 ‘그래도 노트북 켜고 정좌한 뒤 제목 딱 소제 딱 결말 딱 기승전결 딱딱! 제대로 한 편 써야지’ 강박에 사로잡혀 아무 것도 안 했고 트위터만 주구장창 하였다.


결과: 넉달 동안 글 한 편 안 씀



4 트위터에 기록 남기는 것도 물론 좋다.


5 다만 6-7 줄로 길고 유연하게 흘러갈 이야기를 140자로 좀 강렬하게 남기다 보면,


6 이런 이야기는 시시하게 느껴져 쓰지 않고 감추게 되는 습관이 생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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