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대화
<모어데즈>에서 기획 중인 '이주민' 관련 말하기/글쓰기 모임 기획을 위해 알다 콜렉티브 https://www.instagram.com/alda.collective/ 의 썬과 대화.
이주민 여성과 선주민 여성(한국인)을 한 자리에 모으는 기획에 대해
내가 '한국어가 외국어인 이주민 여성' 을 염려해 망설이니,
썬이 '다국어 글쓰기'라는 개념을 건네줬다.
카톡 대화 중에 나온 기획은,
이주민 여성이 모국어로 쓴 글을 한국인 여성이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한국어로 소리내어 읽거나/자신의 한국어로 리라이팅해보는 것 등
프랑스에서 이민자로 머물면서 매일 나는
하고자 하는 말을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기에 한국어로 입력해
프랑스어로 프랑스인과
스페인어로 남미 친구와
때로는 에티오피아나 에리티아어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상대의 입 앞에 번역기를 대고 그들의 대화를 보이스 번역해서 알아듣고는 했다.
에리티아, 모로코, 이라크, 아르헨티나, 스페인, 프랑스, 미얀마...
그 과정에서 겁이 없어졌다. 영어나 불어에 대한 완벽주의가 녹아버리기도 했다.
때로는 '한국어의 미묘한 결을 세세히 파악하느라 피로한 마음' 이 치유되기도 했다.
번역기가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은, 그 당시의 상황과 상대의 성격, 표정 등으로 유추했다. 그러면 '포기'가 편하단 것도 알았다.
어차피 모두 알아들을 수 없는 건 한국어나 외국어나 마찬가지야! 하고.
다시 일로 돌아와,
결과적으로, 이주민과 선주민 모임을 따로 따로 하려던 기획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썬과 대화하며 깨달은 건, 기획에서 '안될 거야'를 버리자는 것.
"내가 프랑스에 있었다면, 모집이 어렵겠다는 이유로, 외국인이 주눅들겠다는 이유로 저어하지는 않았을 거야. 일단 '된다'고 생각하고, 동료들과의 대화나 레퍼런스를 뒤져서 기획을 만들었을 거라고 확신해."
라고 말했다.
다시, 매일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다국어 사용자들과 대화하고,
해외 사는 친구들과 온라인으로 자주 만날 계획을 세웠다.
ALDA는 Asian Women Diaspora Collective로,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는 두 친구가 운영한다. 내가 ALDA 멤버란 점이 새삼 행복하게 느껴진 날.
2 오늘의 장소: 서울 마포평생학습관. 일할 만한 공간이 많아서 좋다. 다만 18시에는 컴퓨터실과 공유공간의 문을 닫더라. 고양도서관은 22시까지인데, 서울과 경기도의 예산, 인력 차이려나? <드림팰리스>를 9월에 상영하던데, 가려고 적어뒀다.
의식적으로 인풋을 계획하지 않으면 곳간이 메마르고 만다. 창작자는 인풋이 업무.
인풋, 하니 엊그제 본 하마구치 류스케의 <해피아워> 생각. 5시간이 넘는 영화인데 다 보았다. 2015년 작인데, 2023년의 영화로 정했다.
B가 이 영화를 보라고 다섯 번은 권했는데 내가
Je suis devenu fan de Ryusuke Hamaguchi. (저는 하마구치 류스케님의 팬이 되었어요)라고 메세지를 하니
I knew you you enjoy this movie. (네가 좋아할 줄 알았지) 라고 답신을 보냈다.
시간이 없다면 초반의 '몸 워크숍' 씬이라도 꼭 봐주세요. 친구들아. 기적같은 영화라구.
http://m.cine21.com/news/view/?mag_id=99203
3 오늘의 자급자족: 10분만에 10센티미터 정도의 머리칼을 싹둑싹둑 잘라버림. 어깨에 닿는 길이가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헤어숍 가격이 비싼데다가, 내 머리칼이 가윗날을 망칠 만큼 굵고 빳빳하기 때문에 헤어숍을 한번도 안 갔고 틈틈이 1-2센티미터씩 솎아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재밌어져서 가족의 머리도 두어달에 한번 내가 커트해 주곤 했다.
그동안 해외 살이에서 얻은 자급자족 기술도 틈틈이 적어보리라.
우선 빵굽기, 텃밭 가꾸기, 김장하기, 한식 요리 왠만한 건 다, 육회도 스시도 라멘도 만들어 보았고,
어떤 외국어 사용자를 만나도 대화 가능.
4 오늘의 일
1) 맛보기 클래스
소글 8월반 3주차 맛보기 클래스에 8명이나 신청하셨다. 무료로 제공되는 1회 첨삭이지만, 보통의 첨삭과 다를 바 없는 에너지를 들여 한다. 모든 글이 개성이 달라서 같은 강의안임에도 재미있게 읽었다.
2) 시니어 클래스
이재인 님 (우리 어머니)이 카톡으로 내시는 소글 시니어 글쓰기도 순항. 재인은 복지관에서 8회째 심리상담을 받고 있다. 받다 보니, 글을 쓰고 싶어졌다며 소글 수업을 신청하셨다. 박완서 작가의 <모래알만한 진심이라도>를 한 챕터 읽고 그로 인해 촉발된 생각을 쓰는 형식으로, 1주3번의 짧은 글쓰기를 카톡으로 보내신다.
인상깊은 건 "졸라 짜증" "섭하네" "부글부글 끓는다" 등의 격렬한 감정 서술.
재인은 정말 '라티나' 같다. 내가 프랑스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여자들과 비슷한 느낌.
요리와 댄스, 노래를 좋아하고 흥과 눈물이 많다.
강렬하게 화를 내고 강렬하게 사랑을 한다.
또한 엉덩이가 크다. 나는 그만큼은 안 크다.
저번에는 글 속에 나에게 섭섭했던 것까지 적으셨기에 정말 솔직한 수강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지 않지. 나는 물음표 살인마.
중요한 글감이라 생각해 그때의 마음을 적어보자, 그리고 생각의 전환을 위해
그 점에 대해 '왜 000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으셨을까요'라고 코멘트를 달았는데!
오늘 '00아 00 좀 해줄래?' 라고 하셔서 재밌었다.
부모님의 일기장을 보는 것은 금기일까.
나는 어머니가 글쓰기 수업을 받고 싶다 하셔서 수락했다.
사실 1주차 첨삭을 하기 전에 무려 5시간을 망설일 만큼 부담이 크긴 했는데,
2주차 3주차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첨삭하고 있다.
첨삭, 이란 단어가 편해서 사용하는 것이지
편지에 답신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일하고 있기에
편지와 답장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겁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