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씁니다: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언제나 효과가 있었어요.
10년 후에 나에게, 선생님에게, 옆자리 사람에게, 친구에게, 쓰려는 주제에 대해 반대하는 누군가에게
장소로 가기
장소에는 감정이 붙어있습니다. 그곳으로 갑니다.
1) 눈을 감고 장소를 골라요. (카페, 갤러리 벤치, 보도블럭 위, 인형가게...)
2) ‘나는 000에 서(앉아, 걷고, 누워..)있다’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세요.
3) 당신의 위치, 당신의 동작을 떠올려 묘사하면서 글을 이어가요. 그 장소의 냄새, 촉감 등을 떠올려요. 먼지, 퀴퀴한 냄새, 그림자, 햇살이 들어오는 창처럼 미세한 것도 좋아요.
* 스마트폰 속 사진을 보며 떠올려도 좋고 보지 않고 써도 좋아요. 영감 받는 방식은 각자 다르거든요. (개인적으로 저는…사진을 보면 글로 쓰기가 싫어져요, 하지만 사람마다 모두 반응이 다릅니다)
4) 그래도 어려우면, 그 장소의 사물, 동물, 사람의 입장이 되어 나를 관찰하세요.
예: 나는 몽뗄리마흐의 술집에 놓인 테이블이다. 매일 한 명의 여자가 내 등에 팔꿈치를 고이고 생각에 잠겨 있다. 오늘은 눈과 머리칼이 아주 검은 여자가 세 시간 째 돌처럼 앉아있다.
3인칭 서술
3인칭으로 탐색하면, 제약이 많은 자아를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됩니다. 자아를 보호하고 위로하되, ‘대충 넘어가기’를 막고, 사건의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3인칭이 필요합니다. 저는 국적, 젠더, 나이 등을 모두 바꾸어 써 보기도 합니다. 진실을 끌어올리는데에 아주 효과있었어요.(3인칭으로 서술한 후에 다시 1인칭 서술로 고쳐써도 됩니다)
'단순한 문장' 틀
다음의 문장 틀에 감정과 생각을 넣어볼 때, 실타래가 풀리듯 사고가 전개되고 사고는 명확한 언어의 옷을 입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원했던 문장이란 사실을 깨닫고는 했습니다. 다음 문장들처럼 의미는 명확하고 구조는 단순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알람(5분이나 10분) 을 맞추고 급히 써야 한다는 것.
나는 ( )하기를 원했다.
나는 ( )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 )에 반대한다.
( )가 없으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성장할 것이다.
나는 ( )이 ( )로 변화하길 바란다.
A는 내게 ( )이었다.
나는 ( )에게 ( )를 요구하고 싶었다.
( )은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한다.
내가 신이라면 세계의 모순과 불행 중 ( )를 개선할 것이다.
(더 떠오르는 문장이 있으면 추가해서 더 써 주세요)
낯선 관점: 나는 00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른다
0 당신의 위치를 보세요. (2019년? 대한민국? 서울? 내가 자주 가는 장소? 낯설었던 장소?)
1 기존의 관습을 무시하세요. 알고 있는 지식을 버리세요.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합니다.
2 ‘외부인’의 눈으로 보기 위해서 당신의 ‘입장’을 바꿉니다.
성(젠더)를 바꾸거나/외국인의 눈으로 보거나/어린 아이/청소년 의 입장과 말투를 취해도 좋습니다.
3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보며 써도 좋습니다.
4 모양과 색깔, 행동 패턴, 구성등을 외부인의 눈으로 샅샅이 묘사해 봅시다.
소재의 예: 내가 사는 도시의 길, 지하철, 업무방식, 양육방식, 독서클럽, 카페, 식당, 아파트, 모임, 술집, 마트, 집, 가족, 요양원, 유치원, 동창회, 부모모임, 동호회, 명절, 뷔페...그외 모든 것.
반자동 글쓰기
반자동 글쓰기를 통해 마음속 센서를 꺼 봅시다. 평소에 인식하지 못한 것, 회피하는 주제를 건드릴 수 있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어디서 시작할지 모른다면 내 말이 과장되거나 어색하게 들린다면 이 방법으로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1) 쓰기 전에 눈을 1분 이상 감고 있자. 호흡을 길고 깊게 하자.
2) 노트북 자판을 보지 않고 쓰기, 모니터를 끄고 쓰기, 눈을 감고 종이에 펜으로 쓰기 중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고르자
쓰려는 주제와 연관없는 단어나 문장으로 글을 시작하기 : 놀랄 거예요. 그래도 주제는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예: 가위를 품고 다닌다, 지하철역, 오줌 냄새, 털의 감촉, 엄마가 말했지, 벽의 냄새, 부대끼는 사람들, 구두소리, 흙의 맛, 냄비 긁는 소리, 에스컬레이터에서 굴러떨어질 수 있다면, 관절통, 의사들, 젖은 빵, 구겨진 잠옷, 40년 후의 나, 10년 후에 나는 등을 긁고 있다…
콜라주
스치는 이미지-행동 서술-묘사-대화 등 다양한 요소로 콜라주를 합니다.
0) 눈을 감고
1) 그 사람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로 시작합니다.
예: 그 사람의 손, 재킷의 촉감, 성긴 머리칼, 가방에 달린 녹슨 버클,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
2) 그 사람의 행동을 서술합니다. 1)에서 적은 이미지와 연관이 있으면 좋고 아니어도 됩니다.
예: 할머니는 행주로 손을 닦는다. 선생님은 가방을 꼭 끌어안고 들어온다. 나는 늘 과자 부스러기가 붙은 입으로 수다를 떤다...
3) 주변 환경을 묘사하며, 당신은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씁니다.
예: 할머니는 마루에서 나물을 다듬는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친구의 전화를 기다리며 벽에 기댔다.
예: 엄마는 무를 써는 중이고 나는 옆에서 티브이 드라마를 녹화한다.
4) 그 사람에게 언제나 묻고 싶던 질문을 던지거나, 그 사안에 대한 대화를 시작합니다.
예: 할머니는 냉이를 좋아해? 왜 흙이 묻은 냉이를 다듬느라 시간을 보내?
5) 그 질문이 기폭제가 되도록 해서 장면 하나를 씁니다. 현실에서는 대놓고 묻지 못했던 질문이면 더 좋다. 상대의 반응을 상상하며, 장면을 밀고 나갑니다.
6) 1에서 묘사한 이미지로 돌아옵니다. 처음과 다른 느낌이 드는가요? 다시 써 봅니다.
5분간 그림을 그린 뒤 시작하기
쓰려는 장면을 종이에 그림으로 그립니다. 장면을 그리는 것은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서, 디테일을 끌어내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먹는 장면이라면? 표정과 분위기, 함께 먹는 이들의 모습, 냄새, 촉감, 온도, 위장의 느낌 등을 떠올립니다. 그 장면을 그리워해도 좋고 비판해도 좋고 빈정거려도 좋고 따져물어도 좋습니다. 생각과 의견을 마음껏 보태어 에세이로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