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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 <장녀들-K 장녀연대기>

by 소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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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며칠째 계속 들어와 댓글을 읽게 되네요 ㅎㅎ 다큐 <장녀들>에 80년대 장녀로 출연한 소은성입니다. 지금은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데, 작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운좋게도 이 다큐에 뜻을 보탤 수 있어 감사했던 기억입니다. 현재 저는 작가로서, 글쓰기 수업 <소글>에서 한국에서 여성이자 딸로 사는 이야기를 쓰고 나누며 살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도 종종 항상 ‘나만 유난인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다큐 <장녀들>을 촬영하면서 따스한 소속감과 안도감, 위로를 받았습니다. 각 세대 장녀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이 분들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기도 했구요!


출연하기 전에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 세대 장녀에는 공감한다. 그런데 80년대, 90년대생 장녀가 무슨 차별을 받았다고 그러는지, 참 유난이다.”라는 댓글이 달리는 장면이 상상되었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아이고, 다큐에 꼭 나가야겠다.’ 했지요!


여러 장녀의 서사를 고루 담아내야 하기에 시간관계상 많은 부분이 편집되었지만, 실제 촬영 회차가 많았는데요. 그때마다 옛 기억이 되새겨져 몸과 마음이 아파서 나가기 어렵기도 했어요. 하지만 택시를 타고서라도 어떻게든 저를 촬영장에 ‘옮겨다’ 두었습니다. 세상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이 다큐를 보고 치유받기를 바랬기 때문에요. 내 삶에 대해 말하게 될 때, 세상 모두가 응원해 주지 않더라도, 단 한 명의 응원이 힘이 될 때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다큐에 나온 다른 윗세대 장녀분도 매 촬영 때마다 몸이 아프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묻어둔 기억을 꺼내 말하는 일이 어찌 어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다큐 촬영이 모두에게 한 판의 살풀이 굿이었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더 잘 살아나가기 위해서요.


이 다큐를 본 한국의 딸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큰 소리로, 자유롭게,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런다고 세상이 한번에 바뀌지는 않지만, 나는 변화한다고 믿기 때문에요. 그리고 내가 바뀌면 내 주변도 조금씩 변화해 나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게 이 다큐를 기획한 피디님과 작가님 외 스텝 분들의 뜻이었을 것이고요.


글이 길었습니다. 이 다큐는 “내가 나로서 사는 일, 스스로의 존엄함을 지키며 사는 일, 그에 맞는 온전한 대우를 받는 일”(다큐를 본 제 친구가 전해준 문장입니다)에 대한 것입니다.

많이 많이 보아주세요. 감사합니다!



KBS 다큐 <장녀들-K 장녀연대기>

https://youtu.be/O5v35WhrF-E?si=63uMh_PscYXWPh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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