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책상 앞의 고통에서 태어난다는 말에 대하여

에이, 그냥 산책을 하시지요.

by 소은성

1 일어나. 불안함에 뒤적이게 되는 책들과 멀어지는 방법이야. 에세이는 자료로 쓰는 글이 아니잖아. 당신의 마음과 다리로 쓰는 거잖아. 살면서 생각해 온 것들과 살면서 겪은 사건들. 너는 이미 충분해.


2 산책을 해야 해. 동네를 일없이 걸어도 좋아. 바람을 느껴. 꽃을 오래 바라봐.


3 산책나온 할머니와 강아지에게 인사를 건네봐. 실없이.


4 이 책에 넣지 않아도 될 내용을 쓰면 좀 어때. (나중에 다른 책에 넣으면 되지) 논문이 아니니까, 제목과 목차에 완벽히 복무하는 짜임새있는 내용으로만 구성한다는 강박을 버려야 해.


5 느낌이 올 때 바로 쓸 수 있도록 스마트폰용 키보드를 가지고 다녀도 좋아. 한큐에 써내려간 에세이만이 주는 에너지가 있거든.


* 하지만 한큐에 쓰고, 덮어 줘. 다음 글의 초고를 쓰기 시작해야 해. 하루나 이틀 동안 다른 일을 하면서 잊고 있는 거야. 집착에서 벗어나는 최소한의 시간. 그리고 다시 첫 글로 돌아와. 마음은 한결 가볍고 편안해져 있을 거야. 그러면 훨씬 풍부하게 고칠 수 있어. 훨씬 아름다운 글로 고칠 수 있어*


7 하지만 매일 매일 쓰는 글이 주는 힘도 있어. 별로여도 써야 해. 쓰다 보면 알게 되거든.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결국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지. 문장은 쓰여지면서 태어나.



*B와의 저녁 대화를 복기해 보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첫문장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글쓰기 교육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