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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T야?

by 솔글

요즘은 MBTI가 유행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내가 아주 어렸을적 부터 유행했던 혈액형이나 별자리에 비하면 꽤나 과학적이고 신빙성이 있단 말이지. 상대방의 성격 파악에 꽤 도움이 되는 것이 MBTI이다. 특히 사람의 성격분석에 대해서 관심이 지대한 나로서는 MBTI에 대한 관심도 당연히 많았다. 요즘에는 에겐, 테토라는 호르몬의 이름을 들어 오히려 이분법적으로 치닫는 것을 보니 이젠 우리 사회가 이런 성격이나 심리에 대한 분석과 분류도 곧 그만 둘 작정인 듯 하다. 갑자기 이제서야 MBTI에 대한 글을 왜 쓰고 싶냐고 한다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겠지.



외향형과 내향형을 나누는 것에 대해서는 사람들 대다수의 합의된 통일안(?)이 있다. 스스로가 외향형 또는 내향형이라고 믿는 바에 따라 타인들도 비슷하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그러하다. 그럼에도 두 성격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지만 내가 보기에 외향형과 내향형의 차이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인 것으로 외향형도 더한 외향형을 만나면 기가 빨리고 지친다. 내가 정말 엄청난 외향형인데 경험으로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늘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의 기를 빨아먹고 있지 않을지. 조금은 나의 에너지를 조절할 필요가 있겠다고.

S와 N를 나누는건 정말 모르겠다. 그저 상상력의 정도로 둘로 나눈다는 것은 극히 단순한 해석이다. 다만, 나는 N을 동경하는 S로 주로 N의 성향이 강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자유로우면서도 깊어보이는 생각에 종종 빠져들 때가 많다. 또 가끔은 전혀 웃기지 않거나 전혀 몰입이 되지 않는 가정을 하면서 행복해 할 때 부러운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부러우면서도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나한테는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라서 의문스럽기도하도. 이 세상의 인간은 다양하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J와 P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할말이 많지만 나는, P로 사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상황을 통제하려는 나의 J력이 얼마나 괴로운지알기에, P가 되겠다는 이분법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삶을 통제하려는 그 마음을 내려놓자고 그렇게 다짐해본다.


사실, 이 글을 쓴 가장 큰 이유는 T와 F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나는 솔직히 T성향을 가진 자들이 부럽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워 판단한다는 것은 축복받은 것이다. 감정을 풍부하게 느낀다는게 좋을 때도 있겠다만, 나의 경우 대부분의 경우에 인생에 별 도움이 안되었다. 나도 내 안에 느껴지는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들이 가끔은 부담스럽고 버거울 때가 많으니까. 그러나, 풍부한 감정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도 좋고, 또 그 때문에 타고난 다양한 재능과 소질이 있기에 나의 성향을 기꺼이 받아들일 뿐이다.


우리가 MBTI를 유행이라고 부를 때 사용하는 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너 T야?" 일 것이다. 종종 상대의 말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직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런 밈을 사용한다. 유독 T와 F성향의 차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다른 것보다 더 관심이 많다고 느낀다. 그 때문에 "엄마가 우울해서 빵을 샀어"에 대해 아기가 어떻게 대답하는지에 대한 콘텐츠로 생산되기도 한다. 우울한 것에 집중하는 아기의 대답과 어떤 빵을 샀는지 궁금한 아기의 대답이 참으로 재밌게 느껴진다. 정녕 성향은 타고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흐름 속에 종종 대문자 T의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T라고 해서 감정이 없는게 아니다. 라고.


그러나 아주 안타깝게도 T라고 감정이 없는게 아니야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는 것을 모른다. 당신이 감정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닌데.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고 당신의 감정이 옳다는 것을 주장하니까 너 T야? 라는 말을 듣는 것인데 마치 세상이 T를 매도하고 T를 냉혈한 인간으로 몰아간다고 생각한다. 물론 F중에도 그런 배려가 없는 류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보고 뇌가 꽃밭이다. 라고 표현할 것이다.

MBTI에서 T가 나와도 마음이 따뜻하고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반대로 F라고 해서 이성적 판단을 전혀 못하거나 감정적이기만 한게 아니다. 물론 감정이 본능적으로 앞서고 풍부한 측면은 있지만, F는 늘상 눈물 바람에 이성없이 감정을 그려나가는게 아니다. 그것에 대한 'T도 감정 있다 호소인"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 그래서 우리는 MBTI가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 경계하자고 하는 것일지 모른다.


솔직히 이 글은 내가 해소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정말 수많은 스스로를 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배려없이 내뱉은 말에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다고해서 반대로 나도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해서 속상해하거나 상처받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니까 서로에게 말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은 감성과 이성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배려'의 문제일 뿐이다. 스스로를 옮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 너무 존중한다. 하지만, 내 삶의 방식와 내 마음을 존중할 때는 타인의 마음과 방식도 존중해야 함을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한다. 내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네 것이 틀린 것이라는 말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말의 섬세함은 나의 강한 주장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생각해보았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니까.


성격과 배려는 별개의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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