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1
어젯밤 머릿속에 또 가득 이런저런 생각을 담고 잠이 오지 않았다. 10시가 넘은 시간이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마음속에 떠오르는 두사람이 있었다. 자니..? 하고 전남친 멘트를 날렸다. 그런 실례에도 나를 걱정해주며 늦은 시간에 보이스톡을 걸어준 나의 소중한 친구. 그녀와의 대화가 아니였다면 어쩌면 또 글썽이며 잠들었을 밤이었다. <새벽 2시에 전화해도 괜찮음권>을 건네고 고마운 마음으로 겨우 잠들 수 있어 다행이였지만 다음날 아침의 나는 여전히 조금은 가라앉았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는 원래 일어나던 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일어났음에도 뛰어야만했다. 이미 늦어 준비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였는데 뛰지 않으면 출근한 나는 미세한 죽상을 할 것 같았다.(나는 어쨌든 슬픈 마음을 숨기려고 노력은 하기 때문에 미세하다고 표현한다.) 내 주변에는 그런 나를 살펴보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 사람들에게 더이상 마음의 짐을 주고 싶지 않기에 아침에 뛰면서 생각을 한번 정리하려고 한다. 요즘 잘 지키고 있는 나의 소중한 루틴.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에서 무언가가 자꾸 덜컥덜컥 걸릴 때면 하루종일 그 사실에 신경이 쓰여 답답하다.
마음에 작은 문턱이 있어서 그냥 그려려니 지나갈 일도 자꾸 그 문턱에 걸릴 때, 섬세한 내 기질이 원망스럽게 느껴질 때, 모든 말이 가시처럼 들리고 그것이 그 마음의 문턱에 걸릴 때 그건 나에 대한 공격이 아니야. 그냥 그렇다는거야. 하고 다독이며 강해졌다고 생각한 시간들이 무색하게 느껴질 때.
나를 보고 너는 복숭아야 라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 어제 나의 전남친 메세지를 받은 사람 중 하나였는데 걱정이 되었는지 오늘 논을 쓰고 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논 안으로 들어오며 안부를 건넨다. '복숭아' 그 말이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몇번이고 되뇌이고 마음에 담고 또 여기에 써보는 그 말. 너는 복숭아야.
그런데, 털복숭아야.
나의 예민함을 이렇게 예쁘게 표현할 수 있다니. 그 예민함 덕분에 사실은 복숭아일수 있는거였는데 맨들맨들한 복숭아는 역시 되기 어려운거였나. 지금의 나는 털이 잔뜩 세워진, 아니 털이 가시가 될 것만 같은 가시복숭아이지만 그 가시안에 내가 복숭아라고 생각하니 제법 기분이 좋다. 아휴 단순해라.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을까? 그리고 왜 아직도 그 답을 모를까?
아직도 좋아하는게 무엇인지 모르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떄가 많다. 어떻게 알았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 충분히 어른이 되기에 모자란 나이라는 그 말이 왜 이렇게 위로가 될까. 가시복숭아로 살아가는 삶이 충분하게 느껴지는 그 날까지 또 쓰고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