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낫저스트북클럽 10월의 책
직업을 찾아 수많은 직장과 직종을 전전하던 저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서점업을 이제 다섯 해가 넘도록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서점을 계속하는 이유를 꼭 한 가지 집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그 안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선별하여 더 많은 독자를 만나게 함으로써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일말의 사명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 우리는 좋은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꼭 책이 아니더라도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죠.
책방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마주했지만 그중 가장 큰 아픔은 ‘사람’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흉흉한 소문처럼 떠돌던 위선과 배신, 거짓과 악행을 직접 마주하면서 나의 상처를 통해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아픔을 겪으며 일종의 ‘은유적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좋은 사람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삶을 기꺼이 나누었던 이가 거리낌 없이 나의 삶을 파괴하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며 가족 성폭력, 데이트 폭행 피해자들을 떠올렸습니다. 사랑했던,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든 비유적으로든 맞아 피 흘리며 그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전에는 그저 남의 이야기였던 일들이 조금씩 내 주변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되어갔습니다.
인간은 경험을 통해 배우고, 경험을 통해 타인의 삶을 헤아립니다. 유한한 시간과 공간에 사는 우리는 책을 통해 경험의 폭과 깊이를 넓혀간다고 말합니다. 좋은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은유적 경험을 하게 합니다. 책을 통한 간접 경험과 그로 인한 배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깨달음과 그러기 위해 더 많은 좋은 책을 읽으려는 노력. 선순환의 독서 고리는 다시 말해 더 좋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입니다. 커피 석 잔의 돈과 한 주 정도의 여가 시간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경제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이기에 우리는 ‘좋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은 분명 좋은 책이지만 읽기에 쉬운 책은 아닙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정적으로 극단의 상황에 서야 하는 문장들 때문입니다. 저는 서문에서부터 눈물을 흘렸고, 한 권을 읽어내는 동안 정서적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당신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읽기 전의 나보다 읽고 난 후의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라는 사실, 그렇기에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리라는 믿음.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3년 10월의 책
하재영 작가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