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낫저스트북클럽 1월의 책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자주 생각했던 몇 개월, 그만큼 더 좋은 책을 찾아 서점을 찾는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노력했습니다. 좋은 책이란 뭘까, 그 책을 왜 읽어야 할까 고민하던 제 앞에 오랫동안 서가에 꽂힌 채 펼쳐진 적 없던 책 한 권이 떠올랐습니다. 무심코 꺼내 들었는데 박찬욱 감독의 냉소 어린 추천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추천사에서 좀처럼 이름을 보기 힘든 거장이 쓴 짧은 추천의 글에서 분노마저 느껴지는 이 책은 대체 뭘까, 궁금해하며 펼쳤습니다. 퇴근 후에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저와의 약속을 깨고 며칠간 책장을 천천히 넘겼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자주 멈추어야 했습니다. 특별히 잔혹하거나 충격적인 부분이 아니었는데도 한 문단을 읽고 다음 문단의 첫 문장을 읽는 사이 잠시 고개를 떨구고 숨을 골랐습니다. 나는 자식도 없고, 무고한 타인에게 총구를 겨누고 결국 스스로를 죽이고만 자식은 더더욱 없는데도 글쓴이의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의 무게가 곁눈질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나를 압도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삶의 존재에 대해 알고, 세상에 가득하지만 나의 작은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무수한 아픔과 희망에 대해 알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닐까.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여러 번 생각했던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곱씹어보게 하는 책입니다. 더불어 이 책의 서두에 해설을 쓰기도 한 앤드루 솔로몬의 <부모와 다른 아이들>(2022, 열린책들)도 함께 읽어보시면 보다 폭넓은 시야로 저자의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와 같은 책을 읽을 때면 묘한 양가감정이 듭니다.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의 고백을 눈으로 좇으며 마음이 아프다가 이런 책을 읽고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다른 일을 하다가도 얼른 책상 앞으로 돌아가고 싶어 집니다. 두 가지의 편차가 큰 감정 사이에서 때때로 갈피를 못 잡고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런 심리적 경험 역시 좋은 책이 주는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며 읽기에 그다지 행복한 책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살면서 꼭 한 번 읽었으면 하는 책이니, 그게 지금이 아니어야 할 이유가 없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4년 1월의 책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