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낫저스트북클럽 5월의 책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유학 시절, 서점에서 바구니에 쌓아두고 할인 판매하던 세계문학 시리즈는 책을 좋아하는 가난한 유학생에게 참새 방앗간이 되어주었습니다. 두 권 값으로 세 권을 살 수 있었던 할인가 덕분에 영미문학을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롤리타』도 이때 처음으로 만난 소설이었습니다. 영화도 안 봤으면서 하얀 원피스 차림으로 엎드린 소녀의 이미지가 담긴 영화 포스터는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저에게 이 소설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준 셈이었는데요, 당시의 저처럼 『롤리타』는 읽지 않았음에도 선입견 내지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숙방으로 돌아와 책을 읽고 있는데 집주인 아주머니가 그런 책은 읽지 말라며 말릴 정도였으니까요.
주인 아주머니가 『롤리타』를 읽지 않았음은 물어볼 필요도 없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책을 읽었다면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더듬더듬 읽었던 소설을 십수 년이 지나 다시 국어 번역본으로 읽은 뒤, 이 책은 저의 ‘최애매’ 소설 중 하나가 됩니다. 너무 너무 좋아하지만 추천하기엔 어딘가 애매한 책이랄까요.
어딘가 애매한 데에는 『롤리타』에 씌워진 이미지, 억울하게도 에로티시즘에만 주목하여 알려진 이미지 탓이 큽니다. 분명 성적인 장면이 들어있고, 묘사의 선정성을 떠나 소아성애라는 소재 자체가 가지는 역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리타』가 유명 언론사에서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문소설’에 들고 세기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 또한 분명 있습니다. 여기 제가 또한 사랑해 마지않는 문학비평서 『괴물들』의 글로 대변해보겠습니다.
모든 훌륭한 예술가는 명작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아의 일부를 강탈당해야 한다. 먼저 자신 안에 들어가 둘러보다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글로 쓴다. 때로 흉악하더라도,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지라도, 때로 본인을 괴물처럼 보이게 만들지라도 쓴다.
위대한 작가는 가장 흉악한 감정이 가장 특이한 감정이 아님을 믿고 있어서다.
위대한 작가는 가장 사악한 생각조차 평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p.189)
거의 500쪽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거침없이 빠져드는 몰입력만으로도 제값을 충분히 해내는 책입니다. 문학의 정수, 현대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은 분들께 권하는 저의 ‘최애’ 소설입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6년 5월의 책,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