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저스트북스의 첫 독립출판 입고
책방을 열기 전에, 아니 책방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기 전에, 아니 그게 무엇이든 자영업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던 그 시절에, 동네의 단골 가게 건너편에 조그만 독립 서점이 생겼다. 해방촌에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서점이 공간을 빌려 한 달 동안 팝업 스토어를 운영한단다. 독립 서점이나 독립출판물엔 관심도 흥미도 없었지만 책을 좋아하고 가까이에 있으니 한 번 구경을 갔었다. 좁은 공간에서 운영자와 둘이 있다가 빈손으로 나가기가 뭣해서 표지가 눈에 띄는 한 권을 샀다.
관심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유명하다는 독립 서점을 관광지처럼 찾아다니며 몇 권의 독립출판물을 한두 장씩 접했었는데, 이렇게 성의 없고 짧은 경험으로 말미암아 나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독립출판물? 미니홈피 스타일의 감성 글귀를 모아 종이책 형태로 만든 거? 그런 걸 책이라고 해도 되나?" 물론, 미리 밝혔듯 이것은 얕은 경험에 근거한 편견에 지나지 않았고, 잘못을 깨닫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것으로 충분했다. 약간의 비약을 더해 말하자면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부숨과 동시에 나의 인생을 바꿔준 책이다. 그래서 멀지 않은 날에 우연한 기회로 책방을 열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입고 요청 메일을 보낸 곳도 유재필 작가이다. 무일푼으로 운영 기간에 대한 보장도 없이 남의 가게 한편에 열어놓은 헌책방에 유일하게 있었던 새 책, 낫저스트북스의 첫 거래처, 지금 오롯한 독립 공간에 누워있는 300여 종의 독립출판물의 시작점에 있는 책이 바로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이다.
지금은 온라인으로만 운영하는 독립서점 '오혜'의 대표이자 이 책의 작가인 유재필 씨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냐는 질문을 흔하게 듣는 유의 사람이다. 그런 성격 덕분에 그가 일터와 생활 속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적고, 작가 나름의 생각을 술술 읽히는 문장으로 옮겼다. 소리 내어 웃게 되기도 하고 코끝이 찡해지기도, 공감하여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다 읽고 나면 작가의 다른 책이, 그리고 무엇보다 유재필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그렇게 때문에 이 책은 '독립출판물'이라는 전제가 없어도 잘 쓰인 에세이집이다. 이야기 한 편의 분량이 짧고 책이 작고 가벼워 가방에 넣어 다니다가 이동 중에 짬을 내어 읽기에도 좋다. 다만 나도 모르게 큭큭 소리 내어 웃게 될지도 모르니 조용한 공공장소에서는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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