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어냐 묻는다면
서점의 색이 잘 묻어나는 큐레이션도, 가게를 유지하는 경영능력도, 없는 손님도 만들어내는 마케팅도 아닌
강인한 멘털이라 하겠다.
오늘은 서가 전체를 훔쳐간 손님이 다녀갔다.
이 사람은 책장에 책이 꽂힌 그대로, 나란히 세워진 책등을 자신 있게 셔터음까지 남발하며 찍어갔다.
소설 칸을 찍다 철학 칸을 찍다 여행 칸을 찍다 시집 칸을 찍다 이곳저곳 왔다 갔다 했지만 결국은 서가 전체의 책등을 찍어갔다.
마무리로 한 권의 책도 사지 않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어갔다.
책은 한 권도 사지 않았다.
가끔 참기가 너무 힘이 들 때면 이런 사람을 불러 묻곤 했다. 그 사진은 왜 찍으시는 거예요? 구매하지 않는 책의 사진을 찍으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면 열의 열은 불쾌해했다. 사과하기도 했고 뭉뚱그리며 뜻을 알 수 없는 답변을 하기도 하고 지우면 되지 않느냐고 되려 화를 내기도 했지만 모두가 불쾌해했다. 내게는 당연한 궁금증이 왜 이들에게는 불쾌함을 자아내는지 알 수가 없어 나는 몇 날 며칠을 앓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그만두고 무언가 하고 싶다 할 때, 혹은 자영업을 하는 지인들이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어 할 때 나는 주저 없이 서점을 해보라 권했었다. 내 경우 자본금 0원으로 시작했기에 책만 좋아한다면 아주 적은 돈으로도 시작해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이제는 누가 서점을 하겠다 조언을 구하며 찾아와도 말리고 싶다. 돈이 안 돼서도 아니고, 몸이 고되서도 아니다. 멘털이 탈탈 털리기 때문이다.
책을 팔아으로 사업체를 유지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품이 드는 일이다. 나는 1년 365일 중 대략 350일을 서점에 출근한다. 매일매일 문을 열고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 적자가 줄어든다. 흑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마이너스 숫자를 줄이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점을 하는 것이 좋아서, 서점을 찾는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행복하다 여기며, 뛰어가지는 못할지언정 쉬지 않고 걷는다. 그렇게 한 발 한발 걷다 보면 예기치 못한 장애물을 맞닥뜨리는데, 가장 넘기 힘든 것이 바로 '나쁜 손님'이다. 처음 책방을 열고 안정을 찾아가며 나쁜 손님이 차츰 늘어날 때쯤 보다 외진 지금의 장소로 이사를 했다. 그래서 다시 좋은 손님, 서점을 찾는 손님을 위해 서점주의 역할을 하다며 매일매일 또 걸었더랬다. 나쁜 손님은 어쩌다 한 두 명, 넘어져도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책방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고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요즘은 매일매일 나쁜 손님을 만난다. 좋은 마음으로 소개해준 매체에 감사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인터뷰나 취재 요청을 모두 거절해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매일 정말 다양한 나쁜 손님이 찾는다. 싸워 보기도 하고 화도 내 보고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보지만 한 번 찍고 갈 요량으로 온 나쁜 손님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나는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한다. 좋은 사람 여럿이 붙어 부축해 겨우 일어났다가도 이내 풀썩 주저앉는다. 일어나야 할지 그대로 누워버릴지 고민을 하는 동안 곁을 지키던 좋은 사람들도 함께 지쳐간다.
서론도 결론도 없는 글이다.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다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토로하듯 적는 말이다.
그러니까, 서점 절대 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