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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May 23. 2020

<What's Your Enemy?>

2020 낫저스트북클럽, 6월의 책

문득 솟아오른 분노와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막연한 두려움. 설명하기 힘든 감정을 마주했을 때 인간은 두 갈래 길에서 선택을 합니다. 나를 탓하거나, 아니면 남을 탓하거나. 어느 쪽이든 결론을 얻어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뒤로 돌아 도망치고 말지요. 그런 우리에게, 작가는 묻습니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지, 무엇은 마주하기가 힘든 것인지. 도대체 당신의 적이 무엇인지, 친절하지만 직설적인 언어로 묻고 있습니다.


2020 낫저스트북클럽, 6월의 책

유래혁, <What's Your Enemy?>. 독립출판물


이 책의 제호는 <What's Your Enemy?>입니다. <Who's Your Enemy?> 여야 맞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책을 열고 첫 장부터 스스로의 편견을 깨달았습니다. 먼 이국의 사람들을 보여주기 전에 작가는 가장 가까이, 나 자신보다 더 가까이, 내 안의 무엇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치기 시작합니다. 적은 그 누군가가 될 수도, 혹은 무엇이 될 수도 있으며 당연하게도 그 누군가와 무엇은 나의 밖에 있기도, 더라는 내 안에 있기도 합니다.


4, 5월에 소개한 텍스트 위주의 책과는 달리 이 책은 이미지를 우선하는 책입니다. 대형서점이었다면 사진집으로 분류되어 취미, 예술 코너에 놓이겠지요. 개인적인 관점에서 <What's Your Enemy?>는 철학 카테고리로 분류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 발견한 세상에서 작가는 어떠한 의구심을 갖게 되고 이미지를 통해 묻기 때문이지요. 직접적이고도 대담하게 묻습니다. 비단 묻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친절하게도 지구 반대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대답을 했는지도 텍스트로 정리해 알려줍니다. 예시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읽을수록 질문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적은 무엇인가. 나의 적이 있기는 한가. 그전에 앞서, 적이란 무얼 의미하는가. 책장을 넘길수록 질문의 강은 넓고 깊어집니다.


책을 덮고 나서 당신이 강 건너편에 도달해있을지, 턱끝까지 차오른 강물을 온몸으로 막아서며 건너는 중일지, 선 자리에서 발만 담가보며 온도를 재보는 중일지 궁금합니다. 혹여 발을 떼지 못한 채 건너편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면, 그건 그대로 또 괜찮습니다. 무엇을 바라보고 서있는지, 무엇을 바라며 서 있는지, 분명하고 정확하게 마주하고 있다면요. 비록 더디고 오랜 길일지라도, 이번에는 도망치지 말고 끝까지 한 번 가보렵니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0년 6월의 책

유래혁 작가의 <What's Your Enemy?>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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