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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Mar 31. 2020

<쓰기의 말들>

2020 낫저스트북클럽, 4월의 책

낫저스트북클럽이라 명명한 낫저스트북스의 첫 번째 북클럽을 열며, 매 달 낫저스트북스의 기준으로 고른 한 권의 책을 선정해 북클럽 회원에게 보내고, 책방을 찾는 분들에게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의 작가가 창작과 제작, 유통과 판매까지 도맡아 하는 독립출판물과 막대한 자본과 기성력을 기반으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힘든 소규모 출판사의 책들은 동네 서점이 아니라면 '메인'에 놓이기가 힘듭니다.


매일 쏟아지는 수십 종의 신간 중 작은 책방에 들이는 책을 고를 때 여러 가지를 고려합니다. 작가의 지명도나 예쁜 표지는 중요합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트렌드도 역시 중요합니다. 잘 팔리는 책인가, 요즘 이슈가 무엇이고 방송에서 언급된 책이 무엇인가, SNS에서는 무엇이 핫한가 등등 한정된 공간과 자본 안에서 따져보아야 할 요소는 참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목소리'입니다. 작가의 목소리, 작가가 들려주고 싶은 누군가의 목소리, 아름다운 문장으로 씐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목소리. 책방마다 기준이 있겠지만, 낫저스트북스의 서가는 그러합니다.


첫 번째 '이달의 책'을 선정하기에 앞서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작디작은 동네 책방이지만, 책방의 이름을 걸고 한 권의 책을 추천하는 책임감의 무게가 쉬이 덜어지지 않았습니다. 서가 목록을 찬찬히 훑으며 마음이 가는 책을 뽑고 다시 읽어보다 문득 생각난 한 권의 책이 있었습니다.


2020 낫저스트북클럽, 4월의 책

은유, <쓰기의 말들>. 유유


인문 교양서를 주로 다루는 유유 출판사의 책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씁니다. 전문가가 쓴 인문 교양서라니, 어렵고 딱딱할 거라는 편견이 있겠지만 지식의 깊고 얕음과 상관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잘 모르는 분야임에도 책을 읽고 나서 흥미가 생겨 다른 책을 찾아 읽고 관심분야가 되기도 합니다.


낫저스트북클럽 4월의 책은 여러 책방지기와 독자들이 사랑하는 은유 작가가 썼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글쓰기가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썼습니다. 쓰기의 말들은 그러한 작가 자신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때, 써야 하지만 쓸 수 없을 때, 글쓰기와 무관하게 삶의 여러 부분에서 영감과 위로를 받은 104개의 문장을 모은 책입니다. 챕터가 따로 나뉘어있지 않고 문장마다 2페이지씩 짦게 구성되어 '독서 초심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벗어나 아무 페이지나 휙 펼쳐서 읽어도 맥락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디게' 읽힙니다. 어렵고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한 페이지 한 문단 한 문장을 읽고도 떠오르는 생각이 많고 찾아보고 싶은 자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몰입도가 높아서 한 번에 쭈욱 읽히는 책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더디게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이니 낫저스트북클럽 '이달의 책'에 선정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책으로 선정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읽고 싶어 집니다. 그리고 쓰고 싶어 집니다. 쓰다 보면 다시 읽고 싶어 지고, 써야 할 말들이 가슴에 자꾸만 쌓여 또 쓰게 됩니다. 읽고 쓰는 습관을 기르기에 참 적합한 책입니다. 습관이란 삶의 다른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쓰기의 말들>은 읽고 쓰는 삶의 입문서로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0년 4월의 책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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