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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Aug 01. 2020

<열세번째 영향력>

2020 낫저스트북클럽 8월의 책

8월의 책을 준비하는 동안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가깝거나 먼 주변인들, 관계와 상황에 그렇다 할 변화 없이 늘 그랬던 대로 매일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늘 굳어있던 어깨가 문제를 일으키더니 목이 뻣뻣해지고 불쑥불쑥 편두통이 나타났어요. 다음엔 등이 굳고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겼고, 생활 속 간단한 동작을 하기 위해서도 이를 악 물고 힘을 내야 했지요.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고, 인생을 반으로 딱 접으면 접힌 선에 해당하는 나이에 처음 겪은 후로 육칠 년에 한 번씩 나타나는 증상이었어요. 병원에 가도 이것저것 검사만 하고 명쾌한 해답을 듣질 못하니 그저 최선을 다해 쉬거나, 죽을힘을 다해 버텨내야 하는 수밖에요. 잘못된 자세, 운동부족,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탓하다가 이것이 누적된 하중으로 인한 균열 증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때는 열세 번째 영향력을 읽던 중이었습니다.


2020 낫저스트북클럽, 8월의 책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문예지 영향력 폐간호, <열세번째 영향력>.


균등하게 유지되는 삶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을 딱 짚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숱한 사건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변화들과 지난주 혹은 수개월 전 흘려들었던 말들과 스쳐지난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치이고 누적되어 한계상태에 다다르면 금이 가고 진동의 폭이 커지게 됩니다. 새로운 금이 생기고 이전에 있었던 금과 만나 얼기설기 그림을 그려가다 한 순간 쿵, 하고 무너져 내리죠. 금을 발견한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떤 사람은 못 본 척 살다가 무너지고 나서야 복구에 안간힘을 쏟고, 다른 사람은 무너지기 전에 최선을 다해 메우고 붙이며 보수와 보강에 죽을힘을 다합니다. 메우고 붙이는 매개체는 사람마다 다를 텐데, 꼭 써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써야만 하는 사람들, 직업이 작가가 아닐지어도 씀으로써 살 수 있는 사람들. 가족들이 모두 잠들고 난 밤에 부엌 식탁에 앉아,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메모장을 켜고, 사무실에서 모니터 구석에 하얀 여백을 열고서라도 써야 하는 사람들의 글을 모아 계절마다 책으로 엮어낸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문예지 영향력이 2020년 여름, 열세 번째 영향력을 끝으로 폐간됩니다. 영향력의 처음부터 안 것은 아니었지만 낫저스트북스의 처음부터 함께한 영향력의 끝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수십 개의 인생으로 당신의 균열도 메워지기를 바랍니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0년 8월의 책

키친테이블라이팅 계간문예지 영향력 폐간호, <열세번째 영향력>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244


* 이달의 책을 구매하시면 모나미 플러스 펜을 선물로 드립니다. 마음이 닿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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