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은솔 Sep 28. 2020

<경찰관속으로>

2020 낫저스트북클럽 10월의 책

읽기 전과 읽고 나서의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책이 있습니다.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말 그대로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지난해 독립출판물로 세상에 나와 동네서점 책방지기들과 독립출판사 대표들의 마음을 뒤흔든 뒤 새롭게 개정판으로 정식 출간된 <경찰관속으로>는 독자이기 전과 후에 세상을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지는 책입니다.


2020 낫저스트북클럽 10월의 책

원도, <경찰관속으로>, 이후진프레스.


<경찰관속으로>는 현직 경찰관이자 작가 원도가 경찰관으로서 마주한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엮은 책입니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순간들을 모은 절절한 회망록이기도 합니다. 독자, 친한 언니, 혹은 그 누구라도 좋으니 세상에 진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꼭 들어달라고, 기억해달라고 부르짖는 외침입니다. 사실 이 책은 저희 서점을 찾는 모든 사람, 어떠한 방식으로든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인데요, 책이 가진 묵직한 무게감과 읽고 나서 드는 정의하기 힘든 책임감에 선뜻 추천하기가 힘든 책이기도 합니다. 추천할 분과 긴 대화를 나누고 이분이라면 이 무게를 함께 나누어도 되겠구나, 판단이 들면 조심스레 추천하곤 했던 책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낫저스트북클럽 이달의 책으로 선정하게 된 연유에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요. 역시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 '잘 모르겠다'일지도 모릅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에서는 공권력과 일개 국민의 충돌로 사사로운 피해가 있었다더라, 혹은 누구의 아들 딸인 경찰과 국군이 직업의 가면 뒤에서 곪아 터져 죽어가고 있더라, 누가 누구를 죽였지만 죽은 사람도 죽인 사람도 마땅한 처사를 받지 못하였더라... 작가의 말대로 정말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들이 지치지도 않고 생겨납니다. 그런데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는 걸,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것을, 원도 작가는 책을 통해 경종을 울립니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실이 무엇인지 착각하게 만드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찬찬히 돌아보자고 말입니다.

 

지금 북클럽을 위한 추천의 글을 쓰면서도, 저는 어쩐지 마음 한편이 불편합니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테고 지우지 못한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갈 당신이 걱정입니다. 아니면 제가 너무 순진하게 인생을 살아왔던 걸까요.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진실을 저만 몰랐던 걸까요. 글쎄요, 잘 모르겠습니다.


"마음이란 것에 형태가 있다면 누군가 그 마음을 사포로 박박 문지르는 것처럼 나의 가슴이 쓰라렸어."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0년 10월의 책

원도의 <경찰관속으로>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104


매거진의 이전글 <필환경 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