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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Dec 27. 2020

<진심의 공간>

2021 낫저스트북클럽 1월의 책

나는 진심으로 살고 있습니까?



십오 년 전, 당시 아마도 지금의 제 나이였을 그를 만났습니다. 자그마한 키에 짧은 커트 머리가 잘 어울리는, 움직임은 빠르고 시선은 곧은 사람.


“저분이 그 김현진 쌤이래.”


아! 눈코입을 동시에 열고 그를 다시 보았습니다. 학부생 일 년 간 선배들로부터 수 없이 들어왔던 이름, 교수님이 아니라 쌤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짐작컨대 학생들과 허물없이 지내지만 크리틱 시간에는 날카로운 질문과 세심한 피드백을 주며, 현직 건축가로도 활발히 일을 하고 있고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이기도 하기에 진로 상담이 필요할 때엔 지도 교수보다 먼저 찾는다는 그분이었습니다.


사 년 동안 건축에 마음과 몸을 쏟고 살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해, 저는 건축과의 손절을 선택합니다. 건축에서의 진로 탐색에 쏟던 관심과 에너지는 자연스레 취업과 생존으로 이어졌고 그의 이름을 잊고 산지도 십 년이 지난 어느 날, 의외의 곳에서 그의 이름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가 김현진. ‘김현진 쌤’이 아닌 그를 상상하기 힘들었기에 다소 당혹스러우면서도 오랜만에 마주한 이름이 반갑기도 합니다.


서점을 하고 있는 제자의 도리로 그의 책을 주문했습니다. 의무감에 산 책이 늘 그렇듯 서가에 오래 두고 꺼내볼 생각을 않다가 한 권 두 권, 손님들의 손을 타고 서점을 떠나는 책을 보고 있으니 문득 궁금함이 일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 문장을 읽고 저는, 십 년의 시간을 건너 대구의 모교로, 공대 12호관 5층으로 날아가 그리운지도 모른 채 살았던 그의 앞에, 노트와 펜을 들고 한쪽 눈으로는 그를 쫓으며 다른 눈으로는 생의 의미를 치열하게 찾던 건축학도로 앉아 있습니다.


건축을 잘 모르는 분이라면 조금 읽기 힘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건축을 잘 모른다면 김현진 쌤의 책을 첫 건축 책으로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집의, 공간의, 장소의 의미에 대해 예의 명확한 표현력으로 쓴 그의 글은 결국 사람이 산다는 것에 대한 진심 어린 동정입니다. 살아남은 자와 그를 둘러싼 공간이 얼마나 치열한 시간을 견뎌왔는지 알기에 한 자 한 자 진심을 다해 썼을 그의 문장을 제가 생을 담아 만든 공간을 찾는, 진심으로 고른 책들을 쓰다듬는 사람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집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는 요즘,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집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뜨겁게 어렸던 그때의 나를 반갑게 조우하며 당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진심을 다해 살고 있습니까?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1년 1월의 책

김현진 건축가의 <진심의 공간>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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