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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May 28. 2021

<나는 있어 고양이>

2021 낫저스트북클럽 6월의책

반려동물 입양에 앞서 우리는 종종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에 대한 무게감에 대해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 역시 반려견 순돌이와 함께 살며 아무도 시키지 않은 ‘엄마’의 역할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순돌이를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오롯이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두 존재가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끌어주고 밀어주며 여러 해 살다 보니,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책임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순돌이를 책임진다는 건 순돌이 입장에서 다소 황당한 표현일 겁니다. 저는 그에게 의식주를 제공하지만, 그는 저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을 주거든요. 삶에는 의식주로는 결코 채울 수 없는 생존의 조건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고, 순돌이야말로 제가 계속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2021 낫저스트북클럽 6월의 책

김영글 외, <나는 있어 고양이>, 돛과닻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면,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한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일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지금 소개하는 책 <나는 있어 고양이>를 읽고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간택받았다’ 표현하며 기꺼이 내게 와준 고양이와, 만만치 않은 도시에서의 생존을 홀로 해내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여 먼저 손 내밀게 된 이와, 부르는 이마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두에게 똑같이 소중한 생명인 고양이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고양이는 함께 사는 사람의 눈물 냄새를 맡고 다가와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낮은 시선으로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며, 삶을 향한 거침없는 욕망을 조용하게 일구어 나가며 인간을 겸허하게 합니다. 인간이기에 함께 사는 작은 동물을 책임진다는 건 오만한 말일지도 모릅니다.


책임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랑의 문제입니다.


사랑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사랑하기에 그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책임감이란 게 좀처럼 없는 사람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생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게 살게 하기 위해 그 스스로도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 아무 조건 없이 그저 오랜 시간 마주 앉아 눈을 맞출 수 있는 이 작은 존재를 끝없이 사랑하기에 그와 닮은 다른 생명, 그처럼 작고 여린 생명들마저 사랑하게 되고 결국은 그가 숨 쉬는 세상과 지구마저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 사랑하기에 책임이라는 단어는 운운할 필요조차 없어지는 우리의 관계가 바로 ‘반려’ 관계라는 것을, <나는 있어 고양이>를 읽고, 순돌이의 발 냄새를 맡으며, 서점으로 밥 먹으러 오는 길냥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번에 모든 이야기를 다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따라 여유가 생겼다면, 퇴근길에 귀여운 길냥이가 뜨끈해진 연석 위에서 식빵 굽고 있는 걸 보았다면, 잠이 오지 않는 밤 멀리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마냥 무섭지 않고 어쩐지 애처롭게 들린다면, 슬그머니 책장을 열어보세요. 한 장 한 장 읽어나갈수록 따뜻해지는 마음과 조금 더 편안해진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1년 6월의 책

돛과닻 출판사의 <나는 있어 고양이>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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