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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Jun 27. 2021

<아무튼, 비건>

2021 낫저스트북클럽 7월의 책

지난해 8월 SNS에서 우연히 접한 도살장 영상을 계기로 채식을 결심한 후, 가장 먼저 읽은 책이 바로, <아무튼, 비건>이었습니다.


    채식주의니 비거니즘 등의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도 어색했던, 살면서 채식을 하게 될 거라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서른네 살의 어른 여자는 단순히 무엇을 먹고 입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지구별에 사는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도리에 대해 조목조목 날카롭게, 따뜻한 마음과 냉정한 문장으로 적은 이 책을 읽고 또 한 번 도끼질을 당하고 맙니다. (‘책은 사람의 얼어붙은 마음을 깨부수는 도끼다.’ - 프란츠 카프카)


2021 낫저스트북클럽 7월의 책

김한민, <아무튼, 비건>, 위고


    환경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를 접하고 나면 으레 그렇듯, 책을 읽으며 육식과 공장식 사육의 실체에 대해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한 생각은 ‘너무 늦었다’였어요. 삼십 년이라니. 강산이 무려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매일 먹고 마시고 입고 소비하는 것으로 알게 모르게, 대부분의 경우 전혀 깨닫지 못한 채로 지구 환경을 야금야금 파먹고 평균 기온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고 있었다니, 그동안 저지른 수많은 죄악이 끝도 없이 떠올라 불편한 마음에 책을 덮고야 말았습니다. 이 작은 책이 나라는 한 사람에게 미치고 있는 영향력이 너무나도 커서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죠. 집중해서 읽고 다시 돌아가 곱씹어보고 밑줄을 긋고 인스타그램에 문장들을 공유하고 참고 문헌에 나온 읽어봄직한 책들을 하나씩 사들이며 한 주를 보낸 후, 더 이상은 고기가 먹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일 년이 흐른 지금, 저는 여전히 채식과 비건 라이프에 ‘도전’합니다. 꽤 잘 지켜오던 삶의 새로운 신념은 10개월째에 접어들자 균열음을 내기 시작했고 11개월째에는 채식주의자라고 스스로 일컫기가 민망할 정도로 고기를 먹고 논비건(non-began) 제품을 소비했으며, 12개월째에 접어든 지금도 별로 나아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채식 지향인입니다. 고기는 먹지만 채식 지향인이라니, 세간의 비웃음을 살 일이지요? 글쎄요, 우선 <아무튼, 비건>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비건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고 야채만 먹는 식생활과는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이 둘을 함께 놓고 보는 것은 작은 우주와 같은 울창한 숲과 화분에 심은 작은 묘목 한 그루를 동일하게 바라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애지중지 키우던 화분이 시들고 끝내 말라죽어버려도 계속해서 나무를 심고 꽃씨도 뿌리고 벌레와 새와 네 발 짐승이 나란히 밝고 간 흙에 이끼가 자라는 동안 한 그루 묘목은 숲이 됩니다. 그러니까 비건이 된다는 건 마음에 작은 숲 하나 만드는 일과 같습니다.


    지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몇 그루의 나무가 보이나요? 선인장도 자라지 못하는 황량한 사막뿐인가요? 맑은 샘이 솟아나는 깨끗한 자연림인가요? 지금 제 마음에는 이제 막 다시 심은 작고 여린 묘목 한 그루가 있습니다.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1년 7월의 책

김한민 작가의 <아무튼 비건>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books/?idx=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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