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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Nov 23. 2021

<쌤 코끼리 그려주세요>

2021 낫저스트북클럽 12월의 책

당연하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처음 이 책을 소개받았을 때를 기억합니다. 독립 출판계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작가의 귀여운 그림책 정도로 생각하고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사람들이 좋아할 스타일이니 한 번 들여놔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서점에 책을 보내주십사 요청했습니다. 책을 받고서도 아무 생각 없이 귀여운 그림을 감상할 요량으로 첫 장을 펼쳤습니다. 아뿔싸, 머리가 댕- 하고 울렸습니다.


“그런데 찬휘야. 정상이라는 게 뭐지? … 그런 건 누가 정하는 걸까? … 사회는 작은 표준 하나만 그려놓고 혹시 나머지를 배척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에는 여백이 많습니다. 하나의 질문, 그에 대한 답이 하나 혹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여유롭게 그려져 있습니다. 여백 없이 한 페이지에 대담을 적고 한눈에 훑어볼 수 있었다면 이 책이 저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을 거예요. 아이들의 숨김없는 질문과 최선을 다해 솔직하고 정성스런 답변을 내놓으려는 배쌤의 말이 꽤 자주 덜컹, 마음에 걸려 페이지를 넘기려던 손이 멈칫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곱씹고 되뇌인 생각이 페이지의 여백을 다 채울 때까지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가 없었어요.


어느 정도 자기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어린아이들부터 이제 막 성인의 길에 접어든 청춘들, 앞보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되는 중년과 시간을 넘어 사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몇 해를 살았는지와 상관없이 함께 읽기 좋은 책입니다. 한 장 한 장 함께 넘기며 여백을 함께 채울 대화를 나누어봐도 좋겠습니다. 이 아이들처럼 숨김없이, 배쌤처럼 최선을 다해 솔직하게요.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1년 12월의 책

배태랑 작가의 <쌤, 코끼리 그려주세요>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books/?idx=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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