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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Mar 27. 2022

<먼길로 돌아갈까?>

2022 낫저스트북클럽 4월의 책

책방을 열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책을 구입하고 싶을 때면 작은 동네책방에서만 책을 구입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동네 남의 동네 할 것 없이 점점이 박혀 있는 동네책방 다니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무래도 서점에 매여 있는 몸이다 보니 먼 곳에 있는 책방은 가기가 힘이 듭니다. 그런데 지난해, 드디어 성수동에도 동네책방에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여행 전문 서점 TLIB(트립)입니다.


같은 동네에 책방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달려갔습니다. 개인적으로 ‘o o 전문 서점'이라는 타이틀 앞에서는 취향에 맞지 않는 책만 가득할 거라는 편견에 머뭇거리게 되곤 했는데요, 트립의 서가는 주저하는 마음이 무색하게 죄다 꺼내오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들이 가득했습니다. 4월의 책으로 추천하는 <먼길로 돌아갈까?>도 그렇게 만난 책입니다.


우리에게는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캐럴라인 냅의 죽음 1년 후, 그와 절친한 사이였던 작가 게일 콜드웰은 그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고 터져 나오거나 흘러가도록, 응어리 지거나 딱딱하게 굳어가게 내버려 둬야 했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추슬러 각각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단어를 그러모읍니다. 함께했던 순간을 곱씹어보고, 그때의 우리를 가능하게 만든 각자의 과거를 되짚어보고, 잘못을 뉘우치고, 하지 못했던 말을 고백하고, 다시 꺼내기 힘든 마지막을 천천히 돌아보며 보고 싶은 친구를 마음껏 그리워합니다. 


40세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뜬 유망한 작가의 삶이 안타깝고 슬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먼길로 돌아갈까>를 읽고 저는 캐럴라인 냅의 죽음이, 그 마지막 모습이 내심 부럽기도 했습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개와 사람과 공간과 물건에 충분한 작별 인사를 고하고, 그들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는 행운을 모두가 누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죽음 이후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나를 사랑했던,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것뿐이니까요.


동네책방에서 만난 좋은 책을 이달의 책으로 추천할 수 있어서 더없이 기쁜 4월입니다. 오래오래 기억될 추억을 쌓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그 시간 속에 이 책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2년 4월의 책

게일 콜드웰의 <먼길로 돌아갈까?>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shop_view/?idx=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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