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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은솔 Feb 25. 2022

<어떻게 지내요>

2022 낫저스트북클럽 3월의 책

2020년 4월부터 지금까지 총 23권의 이달의 책을 선정하는 동안 소설은 최대한 피하고자 노력했어요.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 작가와 만나는 소설은 다분히 취향의 영향을 받는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여기 스물네 번째 이달의 책으로 시그리드 누네즈의 장편 소설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찾는 데에는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충분했습니다.


“친절하라. 네가 마주치는 사람들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지내요>의 화자는 주변의 이야기 - 옛 연인의 기후위기에 대한 걱정, 한때 절친했던 친구의 존엄사, 그의 딸이 겪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고통, 이웃의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한 고립 - 를 통해 계속해서 스스로의 삶에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인 듯 에세이인 듯 일기인 듯 화자의 눈과 마음을 쫓으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와 함께 그가 마주한 수많은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모호하고 형태를 종잡을 수 없던 물음표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낼 때쯤 소설을 끝을 맺습니다. 마치 정답은, 혹은 각자의 질문은 저마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듯 말이죠.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 책이 쓰이고 읽혀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어떻게 지내요?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이 곧 이웃에 대한 사랑의 진정한 의미라고 껐을 때 시몬 베유는 자신의 모어인 프랑스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프랑스어로는 그 위대한 질문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무엇으로 고통받고 있나요Quel est ton tourment?”


이 책의 원제 <What are you ging through>는 다양한 문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인사이기도 하지만, 저는 이 문장을 보자마자 다른 의미가 떠올랐어요. 당신은 무엇을 겪어내고 있나요? 당신은 이웃에게 그렇게 물을 수 있는 사람인가요?


“세상에는 두 종료의 인간이 있다고 했다. 고통받는 사람을 보면서 내게도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생각하는 사람과 내게는 절대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생각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견디며 살고, 두 번째 유형의 사람들은 삶을 지옥으로 만든다.”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는 낫저스트북클럽, 2022년 3월의 책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입니다.




https://notjust-books.com/books/?idx=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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