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관계
'친구와 친하게 지내야지', '직장 내에서는 인화단결', '가족 간에는 화목'
살아가면서 강조되어 왔던 많은 격언들이다. 근본 취지야 틀린 게 하나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불문율로 여기게 되면서 고통의 문이 열리는 예시는 우리 주변에서 들려오는 흔한 레퍼토리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사람 간의 가스라이팅, 가해자의 특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의 공통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일 게다. 그러나 지피지기에서 중요한 한쪽축이 '나를 아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피해자의 특성도 한 번쯤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들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공통적으로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더 정확히는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 중에 관계의 유지와 평안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자들이다. 좋게 말해 희생이고 약간 삐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 가깝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좋은 관계 정립을 위해 나열된 위 격언들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또한 피해자들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건강한 관계란 그저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가에 있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서로 간의 이익이 충분해야 하는 관계다.
건강하고 좋은 관계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악어와 악어새와의 관계를 예시로 들며 설명한다. 서로의 이익을 도모하고 발전을 위해 맺는 좋은 예시이기 때문이리라. 그들의 관계는 서로의 손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서로의 이익만이 있다. 악어새의 식사를 위해 며칠을 굶은 악어가 사냥감이 눈앞에 지나가는데도 입만 벌리고 무시했다면, 반대로 악어새가 악어의 배고픔을 해결해 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그들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나버렸을 것이다.
관계가 건강하지 않은 관계라 하여 즉각적으로 단절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사다. 사회생활의 필연적인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단절하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건전하지 않은 관계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자라는 것이다. 건전치 않다면 적어도 진심을 다하지는 말아야 한다. 희생보다는 일시적 손해 감수 정도만 하자. 딱 내가 얻을 이익보다 적은 정도만 감수하자. 너무 경제적이고 계산적인가? 적어도 진심을 다하다 굶어 죽는 악어나, 상대를 위해 살점을 베어주는 악어새가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