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또 걷고ᆢ
스쳐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뉴욕 한복판으로 뛰어든 용감하고도
대견한 이 여행에서는
그 첫번째가 걷는 것 이었다
길치에 방향치인 내가 어렵지않게 찾아다닐수
있는건
이 도시가 내수준에 맞게 조성되어져 있거나
내가 진화했거나 둘중 하나다
ㅡ저기 저 라디오시티까지 쭉~가서
죄회전해서 쭉 가면 모마현대미술관이야~~
ㅡ저기 저 스쿨어브락 간판에서 죄회전해서
쭉~~~가면 센트럴파크야
거기에서 오른쪽 담길을 따라 쭉~~~가면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야
ㅡ그리고 메트로에서 쭉~~가면
구겐하임이야
이렇게 41층에서 코치 받은 대로
나는 신기하게도 모마씨와 메트로씨
구겐하임씨를 만나게 되었다
공항에서부터 쇼킹했던 뉴욕지하철같은건
안타는걸로 결정 했으므로
걷고 걸어서 다녔다
모마 현대미술관!
그 유명하다는 정원을 지나
처음 만난건 대형 모니터가 여러대 있었다
주로 아프리카와 유럽ᆞ중동쪽이다
지도위에 마카펜으로 그려지는 동선들
나레이션은 자신들이
어디에서 어떻게ㅡ
얼마큼을ᆞ누구를 만났는지ㅡ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그려나가는 것 이었다
통역해주는 딸 아이의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들 하나하나가 겪어냈을 여정을
아프고 절실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이 프로젝트를 뉴욕한가운데
내놨으며
모마는 그걸 품어 보여준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ᆢ
일본 건축가들을 소개하는 방 이 있었으며
그리고는
안내해주는 잔치
책에서 봤던 그림들이 차례대로
나를 기다려 준다
모네ᆞ달리ᆞ앤디워홀ᆞ잭슨폴락ᆞ칸딘스키
몬드리안ᆞ드가ᆞ피카소ᆞ샤갈ᆞ세쟌ᆞ달리ᆞ
크림튼ᆞ모딜리아니 ᆞ마티스
수많은 화가들중
나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앞에서
멈춰버렸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만난 고흐를 설명한다
첫번째는
색 이었다
색감ᆢ 두말할것도 없이 너무좋다
아니
내가 좋아하는 색상이다
내취향이다
그리고는 붓터치
저 묵직한 붓과 차분함 이라면 적합할까..
가난에 허덕이고 귀를 짜르고
정신병원에서 말년을 보냈으며
끝내 권총으로 마감했다던 그의 내면은
저렇게도 침착하고
고요한 흐름으로 드러내고
흩뿌려져가는 빛으로 아름다우니
모든이들이 칭송하고 좋아하는구나
직접 뵙는 고흐그림은
강렬하고 오히려 평화롭기 까지 했으니
또보고 또보고ᆢ
모마는 촌스럽게 사진을 못찍는다느니
가까이 하지 말라느니ㅡ
그런거 없었다
그들은 끝까지 세련되고
자유로웠으니ㅡ
그게 제일 부러웠다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가 사는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을
생각했다ㅡ
오래전 부터 건축ᆞ미술ᆞ역사ᆞ철학ㅡ등을
공부했고 세계로 어디로 다니면서
보고 배웠을 우리 예술가들은
왜 이러지 못 했을까
깊은 산속에 지어놓고 이름은 현대라고
붙였으며
그것도 접근하는 길은 빙빙 돌려서
어질어질하다
크고 황당그레해서 썰렁하고도 권위적이며
불친절하다
그리고 어쩌면 순전히 내생각이지만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부터 옮겨놓으심이ᆢ
걸어서 코닿을 곳에 모마는 있다
그 기원이야 알바 아니고
친절하며 쉽다
나는 예술도 모르고
미술은 더 모르는 무지렁이다
다만
그것들이 주는 대로 느끼는 백지다
모마도 그렇고
내가 자주 산책가는 과천현대도 그럴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