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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은숙 Sep 06. 2016

우주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월세(월요일 세시)냅시다

2016.9.5 월요일


식탁위에 어제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이 보인다.   

밤사이 녹지 않았다.   

아니 녹을 수가 없다.   

처음부터 고체덩어리로 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지난번 여행때 갔던 ‘FUTURE WORLD’라는 전시에서 사온 아이스크림이다.   

우주에서 먹는 아이스크림이란다. 냉동 건조된 아이스크림!!    

하드 아이스크림 형태지만 일반 하드보다 엄청 딱딱하다.   

한 입 베어 물기에는 이가 부러질 듯 단단한 스펀지같다.   

입 안에 넣어 서서히 녹여 먹으니   

신기하게 진짜 초코렛 아이스크림 맛이 난다. 하켄다즈 초코렛맛이다.   

하지만 차갑고 시원한맛은 없다.   

냉동 건조된 초코렛이 나의 침과 함께 섞여 본래의 단맛을 찾아가는 듯하다.   

  

입으로만 먹으면 절대 이것은 아이스크림이 아니다.   

머리로 같이 먹어야만 아이스크림이 맞다.   

그동안 먹어온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   

절대 이것을 아이스크림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고 시절에 난 먹는거에 별 흥미를 못 느꼈다.   

한때는 먹는게 귀찮아서   

‘ 아, 내가 먹어야 할 모든 것을 하나의 작은 알약 같은 캡슐에 넣어 먹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욕심도 없고 먹는 즐거움도 몰랐다.  

음식은 음식일뿐, 그냥 입으로만 먹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음식을 만드는 입장이 되니 옛날 엄마 음식들이 그리워진다.   

늦은 저녁 귀가에도 엄마는 뚝딱 뚝딱 뭔가를 금방 만들어 주셨다.  

그때는 잘 몰랐다. 어떤 맛인지 어떤 향인지 어떤 식감인지 ….   

그런데도 그 음식이 그리운 것은 그때 그 시간에 대한 기억인 것 같다.     

사실 지금도 식탐이 많지는 않다.   

그리고 요리도 잘 못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한 더 많은 기억을 만들려고 한다.   

음식은 머리로… 기억으로… 먹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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