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월요일 세시) 냅시다
2016.9.12 월요일
남편은 내게 꽃을 보낸다
내 생일과 결혼 기념일, 일년에 두번.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빠지지않고 챙겨준다.
연애 시절의 꽃은 그냥 그 자체로 기쁨과 행복이다.
그런데 결혼 후에 받는 꽃은 좀 다르다.
결혼은 '생활'이라고 꽃을 보면 좀 아깝다는 생각이 ...
그런 내 마음을 간파한 남편, 언젠가는 장미 한 송이에 백화점 상품권을 끼워 주기도... ㅋㅋ
그 이후론 그냥 일관성있게 쭈~욱 꽃이다.
회사로 꽃이 배달되면
여자들은 대체로 부러운 시선으로 꽃을 본다. 내가 아닌 그 꽃을 ...
남자들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남편분이 무슨 큰 잘못을 하셨나봐요?' '어제 크게 싸우셨어요? ' 등 등
용서와 사과의 의미로 꽃을 해석한다.
어제는 마침 내 생일이 일요일인지라
꽃을 직접 사 들고 싱글벙글, ' 부인아, 너무 이쁘지? 내가 직접 골라서 코디했다.
파스텔 색이 완전 잘 어울리지? 이제 나도 전문가 다 됐어, 그치?'
자신이 코디한 꽃에 푸~욱 빠져, 자랑이 끝이없다.
선물 받는 사람의 기분, 표정, 말 한마디는 별 관심이 없다.
생일자인 나를 기쁘게 해주려는 의도인지?
자신의 심미안적 취미생활에 대한 행복감인지?
회사를 그만두었을때 남편의 걱정 하나가
'그럼 이제부터 꽃을 어디로 보내지?'
(남편의 꽃 선물하는 즐거움을 위해 사무실을 하나 오픈해야하나?ㅋ)
꽃 선물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덕에
집에 남겨진 빈 화병들이 여러개..
꽃들은 다 버려지고 거기엔 보이지않는 남편의 마음이 담겨진다.
활짝핀 꽃들은 아름답다.
하지만 남편의 한결같은 마음은 그 어떤 꽃보다 더 아름답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나는 꽃보다 아름다운 아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