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월요일 세시)냅시다
2016. 10 10 월
갑자기 한꺼번에 포도 세 박스가 생겼다.
남편은 대부도에, 난 안성에, 주말에 지방을 다녀온 덕에 포도 선물로 포도부자가 됐다.
갑자기 마음에 부담도 같이 생겼다.
나와 딸내미는 껍질 뱉는거 귀찮아 잘 먹지않고
뭐든지 잘 먹는 하이애나 남편이 있지만
주중엔 늦은 귀가로 사실 먹을 시간이 없다.
라면도 유효 기간이 지나 버리는 우리집인데 ...
신선도가 생명인 포도는 과연 얼마나 냉장고에서 살아남을 수있을지 ...
싱싱함 그대로의 맛을 즐기려면
조금씩 빨리 누군가에게 나눠주는것이 최선이라
일단 세, 네송이씩 쇼핑백에 담고
포도 배당 리스트 작성!!
딸내미 영어 과외셈, 운동 셈, 혼자사는 대학원 동기...
열심히 즐겁게 작업 ?하고 있는 날 애처롭게 보는 딸내미,
'엄마, 그거 받고 누가 좋아하겠어? 겨우 포도 하나가지고 ... '
아, 그런가? 요즘 포도 싸고 흔하긴하던데...
그렇다구 한 박스를 주는건 서로 부담스럽고...
갑자기 내 모습이 궁상마저 보였다.
나름 원산지에서 올라온 거라 맛이라도 보면 좋을듯하다 생각했는데
받는 사람입장에서는 뭐 다른 생각일 수 있겠다.
어쩌면 주고도 욕 먹을 수있겠다는...
포도 한 송이를 편하게 나눠먹을 수 있는 사이는 어느 정도 친밀해야 하는걸까?
거창한 선물이 아니어도, 별거 아니어도 서로 챙겨 줄 수있는 사이.
그런 마음을 고마워 할 줄아는 사이.
이런 관계 사람들이 많을수록 진짜 부자아닐까?
결국 포도박스를 차에 싣고 엄마에게로 간다.
내가 아는 가장 큰 부자, 엄마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