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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규 Oct 12. 2016

나의 무지함은 무료함이다

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세시 by 월세

다 지나간 봄의 기억을 끄집어 시간을 돌려 보낸다.

2016.4월 어느 월요일..오후...맑은 테헤란로.


오늘은 다행이 대기가 맑아진 것 같다.. 

몇 일 동안 엄청난 미세먼지 (정부나 국민이 이런 고급진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로 인해 목구멍이 간질간하다는 느낌이 

내가 곧 아플 것 같다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병마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다행이다. 맑고,, 걷거나, 움직이지지만 않는다면 (다행이도 난 white이다 ^^;).. 선선하기 조차 하다.

요즘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길 꺼려했던, 남산타워가 선명해졌다.

그리고 무척 비싸다고 소문난 H 건설사의 주상복합 건물도 단청으로 곱게 단장한 도심 산사(?) 뒤로 그 위용을 뽐내기에 충분히 맑다.

나는 얼마 전에야 비로소 알게되었다. 

 지금까지 도심이나 공원에서 보아온 작고 화려한 "왜"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 벛나무와는 달리..

우리 땅에서 태어난 토종 벛나무는 원래 엄청 크고 웅장하며는 것을,,

봄이 그렇듯이,

선정릉에는 벛꽃이 흐드러져 꽃비가 날린다.

그 벛꽃나무는 수 십 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장대 처럼 쭉쭉 뻗어 그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자랑으로 삼는다. 물론 벛꽃이란 본디 씨를 벗어나지 못해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게 우리 벛꽃나무란다.

세상에는 참 오해하고 사는 것이 많다. 아마도 무지하기 때문이리라.. 

마치 사물이 본래의 색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무지함..

오늘 이 푸르른 맑음과 웅장한 그 나무가..

무지함을 깨닫는 나를 무료하게 만든다. 마치 대학시절 민중의 봉기가 한창일때 잔디밭에 누워 잠도 들 수 없는 그런 무료함.

내 눈앞에는 지금 내가 보기를 기다리는 문서들로 가득하다.

이 역시 무지함을 '논리'로 포장한 사특한 글자들의 집합일 것이다.

아~~ 무료하다... 

졸립지도 자고 싶지도 않다.

자꾸 또 다른 세계로 가고 싶다는 유혹에 빠져든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쯤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이것이 그냥 사람인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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