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기를 훈련하는 엄마
우리 아이는 기숙형 대안학교 중등 2학년에 재학 중이며 지금은 캐나다에서 연수 중입니다.
캐나다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고, 저와 남편은 아이를 그리워하며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이 이름은 편의상 몽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우리 아이에 대한 소개라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느린 아이
몽이는 아기 때부터 아주 조금 느린 아이였습니다.
말도 느리고, 첫걸음마도, 기저귀 떼는 것도 느리고… 돌아보면 거의 모든 것을 대체로 약간씩 느리게 습득하는 아이였습니다.
느린 몽이를 키우며 엄마인 저는 답답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제가 여유로운 사람이라고 여겼지만 막상 내 아이가 느리게 자라는 것을 기다려주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기 때는 경쟁에 대한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별로 없으니 그래도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를 부릴 수 있었습니다.
기저귀를 떼는 일만 해도 몽이를 닦달하지 않고 기다려주니 조금 느리긴 해도 결국 스스로 기저귀를 벗고 팬티를 입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어린이 집에서 은근히 압박을 받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즈음에 거의 스스로 화장실을 가고 뒤처리를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었으니 선생님 입장에서는 조금 답답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응가 그게 뭐라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몽이는 학교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는 것이 굉장한 수치인 것처럼 여기고 절대로 학교에서 응가를 하지 않겠노라고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아닐 텐데, 그래 어디 한 번 해보렴 하는 심정으로 그러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요.
몽이는 학교를 마치면 집으로 달려와서 가방을 집어던지고 화장실로 허겁지겁 뛰어들어가 응가를 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교 후에 바로 태권도에 가는 날이면 죽을 만큼 힘이 들었겠지요.
그렇다고 억지로 학교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조금씩 학교 화장실이 적응되면 알아서 응가를 하고 오겠지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비교하는 시선
몽이는 어릴 때부터 외할머니가 돌봐주셨고 우리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그리고 몽이는 외동입니다.
몽이가 느린 이유 중에 형제가 없어서 경쟁이나 비교 대상이 없으니 그런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돌아보면 딱히 누구와 비교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여동생이 하나 있고 어릴 때는 가끔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꽤나 사이좋은 언니와 동생입니다.
제 동생은 저보다 공부도 훨씬 잘하고 심성도 고운 말 그대로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런 동생과 함께 자라면서 한 번도 동생과 비교당해 본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의 비교나 차별 없는 양육 방식 안에서 자란 이유인지 저 역시 몽이와 다른 아이를 비교해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때로는 몽이에게 조금 더 속도를 내보라고, 조금 더 열심을 내보라고 살짝 압박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몽이는 잔소리를 한다고 더 잘하고, 더 빨리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아이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결단하고 시작을 해야만 비로소 집중하고 끝까지 노력해서 매듭을 지을 수 있는 아이라는 거죠.
여유만만한 엄마라도 옆에서 지켜볼 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느린 아이와 긴 여정을 가야 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빠르고 탁월한 어떤 아이를 보며 비교하느라 스스로 지치거나 피곤해지지 말고 조금 여유를 누리고 아이의 속도를 함께 느끼며 가보자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육아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우리 아이의 기질과 성향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바로 엄마여야 하고 아이가 엄마의 공감 안에서 안정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라고 저는 믿고 있으니까요.
몽이가 빠른 아이였다면 과연 저는 그 속도에 맞추어 갈 수 있는 엄마였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저는 몽이와 같은 속도로 가는 것 또는 허둥지둥 뒤따라가는 것을 내려놓고 너는 너의 길을 가렴 엄마의 길은 아닌 것 같다고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와 너무 다른 아이의 모습을 볼 때 이 아이를 우리 가정에 주신 이유가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 보곤 합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훈련을 굳이 멀리서 할 필요 없이 가정 안에서 최선을 다해 정성을 쏟아보라고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빠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