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은 마음가짐으로 보는 것
남편은 저에게 자기를 사랑하냐고 종종 물어봅니다.
다른 부부들은 우리 부부와 반대로, 아내가 남편에게 같은 질문을 자주 한다고들 합니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왜? 안 사랑하는 것 같아?라고 슬쩍 회피하는데 제가 애교가 없긴 한가 봅니다.
남편은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다정한 말투로 ‘잘 잤어?’라고 물어봅니다.
흔히 말하는 사랑꾼 남편이 이런 모습인가 싶습니다.
결혼 15년 차 부부이지만 남편은 한결같이 칭찬과 애정표현을 자주 해줍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남편에게 제가 먼저 애정표현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결혼할 사람은 한눈에 알아본다고
몇몇 후배들은 어떻게 형부랑 결혼하기로 결심했는지 질문을 하는데 긴 설명이 번거로울 때는 형부가 처음에 사귈 때부터 만나보고 1년 뒤에 결혼하자고 애초에 연애시작할 때 이야기했다고 대답하기도 합니다.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스토리를 풀어보자면 제법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혼에 대한 결심을 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남편을 처음 만난 곳은 교회 청년부 소그룹 모임이었고, 제가 부리더로 섬기는 소그룹에 새 가족으로 오게 되어 처음 만났습니다.
우리 소그룹은 리더 오빠가 소그룹에 처음 들어오는 새 가족 중에 자매들을 섬기고, 부리더인 제가 형제들을 섬기는 것으로 분담을 하고 있었습니다.
주 1회 이상 새 가족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고 교회와 청년부에 적응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남편이 그 시절 저에게는 그저 동갑내기 남자 사람이었습니다.
매주마다 예배 후 소그룹 모임을 하며 긴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소그룹 멤버들끼리 금방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20대 중반, 저는 비혼주의 성향을 가진,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또는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했던 시기였습니다.
그에 대한 이성적 호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연애 상담과 사소한 문의도 꽤나 열심히 했습니다.
저 오빠가 저러는 건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저럴 때는 내가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등등
다들 나보고 인기녀라고 하는데 아무도 나한테 먼저 대시하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등등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저에게 커플 요금제로 바꾸자고 제안을 하였습니다.
친한 남사친이 된 그와 통화를 자주, 길게 하다 보니 휴대폰 요금이 10만원 넘게 나와서 부담이 되니 커플 요금제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커플도 아닌데 무슨 커플 요금제야? 라며 거부했고, 그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애매하게 썸을 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썸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이었지만…
저도 그의 제안을 외면하고 싶었지만 좋은 감정이 조금씩 자라고 있는 듯했습니다.
얼마 후 그는 커플 요금제로 바꾸자는 말을 다시 꺼내며 그럼 이제 우리 커플 하면 되겠네~라는 오글거리는 말을 뱉어버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는 그에게 아주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저를 언급하며 괜찮지 않냐? 내가 한번 사귀자고 말해볼까? 라고 말을 꺼내서 마음이 급해졌다고 했습니다.
남편을 만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엄마에게 결혼 안 할 거니까 시집가라고 재촉하지 말라고, 돈 벌어서 엄마랑 여행 다니고 즐기면서 살 거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보통 딸이 그런 말을 하면 그래도 결혼은 해야 되지 않겠냐고 충고를 하실 만도 한데 엄마는 오히려 좋다며 같이 여행 다니자고 하셨습니다.
엄마와 그런 대화를 나눈 지 몇 달 지나지 않아서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씀드렸고 나중에 보여드리겠다고 통보를 하였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황당하셨을까, 어이없으셨을까 하는 생각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가정환경이 중요해
그를 배우자로 선택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 중에 한 가지는 그의 가정환경, 가족들의 분위기였습니다.
우리 가족과 친척들은 아주 친밀하고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1남 5녀 중에 셋째 딸인 엄마는 이모들과 사이가 너무 좋으셔서, 어릴 때 여름방학이 되면 사촌들이 다 같이 우리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둘째 이모 집에서 일주일을 보낸 후 마지막 날에 수영장에서 이모들 포함하여 대가족이 다 같이 하루 종일 놀다가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는 루틴을 매년 여름 방학 때마다 반복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촌 언니나 동생이 친언니와 친동생과 다를 게 없는 여전히 가깝고 끈끈한 사이입니다.
그런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가족이 되어야 그도 이런 분위기를 어려워하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의 집안은 우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꿀리지 않는 막강한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그를 배우자로 선택하게 된 이유는 많지만 글로 다 적으려면 팔불출이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만 할까 합니다.
남편의 가족들, 즉 시댁 식구들이 어떤지 아주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2남 4녀 중에 둘째 딸이신 우리 시어머니도 자매들끼리 너무나 돈독하셔서 지방과 서울을 넘나들며 자주 만나시고, 결혼 후 첫 가족 모임 때는 이모님들 부부와 자녀들, 손자 손녀들 포함하여 다 같이 단체티를 맞춰 입고 대부도 펜션으로 놀러 가서 신나는 먹방과 물놀이를 함께하는 그런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단체티는 교회나 학교, 직장에서 엠티 갈 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시댁 식구들은 그런 것도 넉넉히 하시는 넘사벽 멋진 분들이십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족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인생 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는 저에게 완벽한 배우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남편이지만 매일 이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미울 때도 있고 가끔 다툴 때도 있습니다. 모든 부부들이 그렇게 사는 것 아니겠어요?
나는 진상인가
결혼 전에는 매력으로 느껴졌던 부분도 결혼 후 살다 보면 그 매력이 진상으로 느껴지는 일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결혼 전에는 옷을 센스 있게 잘 입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는데 결혼 후에 알고 보니 옷을 너무 많이 사서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거나, 친화력이 좋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는데 결혼 후에는 친구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서 화가 난다거나 하는 일들도 있겠지요.
신혼 초에 남편에 대한 불만이 이것저것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 남편에게 당신은 나한테 뭐 불만 없어? 물으니 아니 난 없는데, 자기는 어떤 게 있어?라고 물었고, 양말 뒤집어 벗어놓는 것부터 사소한 몇 가지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으니 남편은 하나씩 하나씩 고쳐보려고 노력을 하였습니다.
아직도 남편은 저에게 별다른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칭찬은 계속 변함없이 해주고 있지요.
남편은 저를 진상으로 보지 않고 매력을 보는데 저는 남편을 진상으로 보는 일이 가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또 괜히 미안하고 고맙고 그러는 모자라고 부족한 아내입니다.
나를 변함없이 아껴주어서 고마워요. 내 남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