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보내다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택배

by 은소

몽이와 남편은 서로에게 매우 애틋한 관계입니다. 둘이 서로 너무 사랑하고 가끔 저를 따돌립니다.

몽이의 다정다감한 성품은 남편을 많이 닮은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좀 무뚝뚝한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엄마는 주로 선택과 절제에 대한 부분을 몽이에게 제안하는 일들이 많다 보니 몽이에게 저는 단호하고 무서운 엄마이고, 남편은 세상 따뜻한 아빠입니다.


몽이가 캐나다 연수를 떠나던 날 출국 게이트 앞에서 몽이와 함께 출국길에 오른 친구들 그룹에서 몇몇 엄마들은 아이를 보내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저는 ‘우리 몽이 파이팅! 잘 다녀와!’ 하며 씩씩하게 몽이를 보냈는데 한편으로 제가 너무 쿨한 엄마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유가 찾아준 불만


최근에 몽이와 통화를 했는데 호스트 부모님께서 이용하시는 차량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오래되고 낡은 트럭이고, 다른 하나는 소형차라서(한국에서 아침이라 불리는) 불편하다고 투덜거렸습니다.

호스트 대디의 차량은 경운기처럼 요란한 소리를 내고 시동이 잘 안 걸린다며 불평하였고, 호스트 마미의 차량은 실내가 너무 좁아서 카풀하는 이웃 친구들과 하교할 때 꾸깃꾸깃 서로 몸이 끼어 허리와 엉덩이가 아프다고 불평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몽이가 불평하는 소리가 그리 듣기 싫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힘들게 겪었던 긴장감과 수면 장애가 개선되고 나니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기고 현실적인 불평불만들이 생기는구나 하며 오히려 반갑게 들렸습니다.

캐나다 연수가 두 달 반정도 지나다 보니 이제 제법 생활이 안정되는 모양입니다.


출국 전에 캐나다 연수 5개월 동안 필요한 물품들을 꼼꼼하게 열심히 준비해서 보냈지만 막상 생활하다 보면 아쉽거나 필요한 물건들이 생기기도 하겠지요.

한국에서 캐나다에 택배를 보내려면 20~3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고 하여 출국 전에 몽이에게 신신당부를 하였습니다.

택배를 보내려면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급적 현지에서 필요한 것들이 생기면 직접 구입해서 사용하자고 약속을 받았습니다.

호스트 부모님과 쇼핑을 몇 번 다녀왔지만 막상 입맛에 맞는 옷이나 물건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남편은 몽이에게 택배 대신 편지를 보내기로 하였습니다.

몽이에게 보내는 편지 봉투에는 아빠의 애틋한 마음과 사랑을 가득 담은 편지를 넣고, 핑크공주 7세 사촌 동생 나나가 색종이에 몽이 오빠를 응원하는 편지를 써주어서 고이 접어 넣고, 기타 코드 악보와 기타 피크를 넣어 빵빵하게 채워 보냈습니다.

하지만 택배는 절대 없다! 다시 한번 다짐을 받았지요.


사랑을 보내다


지난 주말에 시애틀에 사시는 삼촌과 숙모께서 몽이를 만나러 캐나다에 방문하셨습니다.

3주 전에 미국 삼촌 가족들이 다 같이 한국에 나오셔서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는데 몽이가 캐나다에서 연수 중이라는 소식을 들으시더니 미국에 들어가시면 몽이를 만나러 가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친척들이 캐나다에 방문하실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하니 몽이는 현지에서 구입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물건들을 보내달라고 급히 요청하였습니다.

숙모께서 기꺼이 몽이에게 물건을 전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청바지는 불편해서 절대 안 입는다고 트레이닝 바지만 고집하던 몽이가 굳이 청바지를 보내달라고 하는데 어이없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습니다.


친척 어른 두 분과의 만남을 앞두고 어떤 성향이신지 궁금해하며 저에게 묻기에 삼촌은 유쾌하고 농담을 잘하시는 분이고, 숙모는 다정하고 따스하신 분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몽이가 어릴 때 삼촌과 숙모를 잠깐 만난 적이 있지만 몽이는 사실 두 분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캐나다 연수기간에도 우리 학교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를 제한하고 있어서 휴대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전혀 못하기에 아이들은 거의 손목시계를 사용합니다.

남편이 선물해 준 시계를 사용하던 게 있어서 캐나다에 가져갔는데 액티비티를 하다가 시계줄이 끊어졌다고 속상해하는 몽이를 위해 저렴한 손목시계를 보내고, 쇼핑을 싫어하는 몽이를 대신해서 엄마 취향으로 자주 사 입던 브랜드에서 청바지를 구입해서 보내고…


몽이에게 방문하신 삼촌과 숙모는 몽이의 룸메이트 친구도 함께 동행하여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몽이가 간절히 원하던 국밥과 짬뽕을 사주셨고, 캐나다 현지에서 꼭 사고 싶어 하던 운동화를 사주셨고, 두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를 잔뜩 사주셨고, 그것도 모자라서 용돈까지 두 아이에게 각각 넉넉히 주셨습니다.


숙모는 헤어질 때 몽이를 호스트 가정에 들여보내는 마음이 어쩐지 짠하고 안쓰러웠다고 하셨습니다.

몽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저에게는 삼촌과 숙모이지만)가 떠나실 때 할머니는 포옹을 해드렸는데 할아버지는 포옹을 못 해 드려서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만났다면 머쓱하게 인사 한 번 하고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을 테지만 타국에서 친척을 만나니 반가움과 감사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 모양이었습니다.


택배는 안 보냈지만, 더 큰 사랑을 보냈으니,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으니 만족하렴!

몽이에게 풍성한 사랑을 보여주시고 먼 길을 달려 기쁘게 방문해 주신 고마운 삼촌, 숙모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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