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행복합니다

by 내면여행자 은쇼

나는 한 번도 정규직으로 일해본 적 없다. 최고 수입은 월 110만원이다. 현재는 고정 수입이 없다.

사회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낙오자다. 사람들은 말한다. 월 200만원도 못 벌면 어떡하냐고. 번듯한 직장을 가져야 한다고. 집값이 날뛰고 있다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이런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행복은 이번 생에 가질 수 없는 건가 싶다. 일단 취업해서 돈부터 벌어야 하고, 집부터 사야 하고, 안정부터 찾아야 하고... 그래야만 비로소 행복을 꿈꿀 수 있다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나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푹 자고 알람없이 자연스레 눈을 뜬다. 신선한 아침의 숨결을 맛보며 하늘과 나무가 그려낸 수채화를 눈에 담는다. 시를 읽으며 나에게로 돌아오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고,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한다. 쓰고 싶은 글을 실컷 쓰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 날 좋은 날에는 공원 잔디밭에 드러누워 헤르만 헤세와 류시화의 문장을 음미한다. 내 마음이 원하는대로 읽고 쓰고 움직인다.


꿈도 포기하지 않았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설픈 문장들이었지만, 부산의 청년 창작자들과 함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단단해졌다. 그렇게 출간을 2번 했고, 앞으로 2번 더 할 예정이다.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들이 기적처럼 다가왔다.


꿈을 좇으면서도 마음챙김을 잊지 않는다. <내면소통 명상수업>의 명상 가이드를 통해 텅 비어있음으로 가득 찬 나를 느낄 때, 싱잉볼의 울림이 가슴에 퍼질 때, 아로마 향이 코끝을 스칠 때, 법륜스님의 명쾌한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 수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내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특별한 경험들도 충분히 누렸다. 국토대장정에서 만난 낯선 이들의 따뜻함, 5월 우도의 눈이 시리게 푸르렀던 하늘과 바다, 유럽에서 만난 다양한 삶의 가능성. 그 모든 순간들이 내 안에 보물처럼 쌓여 있다.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기억들이 나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 책은 물질적 풍요 대신 내면의 풍요를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다. 돈보다 시간을, 소유보다 경험을, 외부의 기준보다 스스로의 행복을 좇아온 기록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내 삶이 가능했던 건 친근한 누군가의 자비 덕분이기도 하다. 20살 이후로 용돈을 받은 적은 없지만, 계속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어 월세라는 큰 부담이 없다. 부양해야 할 가족도 없다. 오직 나와 반려견을 위한 돈만 쓴다.


부산이라는 대도시에 태어나 청년을 위한 다양하고 좋은 혜택들을 누리며 자랐다. 이들은 내가 원하는 삶이 꽃피기 위한 고마운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자취하며 홀로서기를 하고 있는 분들, 소중한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분들에게는 내 이야기가 직접적인 해답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분들에게는 작은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안정한 수입 때문에 고민하는 창작자들에게는 적은 돈으로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방법을, 부산에서 꿈을 키우는 청년들에게는 내가 직접 경험한 다양한 지원 제도들을, 그리고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찾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는 시간과 경험이 만드는 풍요로움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정말 많이 벌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마음 한편에 품고 있다면, 이 책이 하나의 작은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 시작해보자. 내가 어떻게 적게 벌어도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천천히 들려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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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