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대출과 자동수익이 가져다 준 여유
엄마는 술만 드시면 자신의 궁핍했던 대학시절을 회상한다. 엄마는 상고를 나와 3년간 은행에서 일하며 번 돈을 모두 할머니께 맡겼다. 그리고 뒤늦게 대학에 가고 싶어 할머니께 맡겨둔 돈을 요청했다. 할머니의 답은 "먹고 싸고 없다"였다. 그래서 주경야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 수업 들으러 가서 졸고, 방학마다 공장에서 일해 등록금을 마련했다. 그때의 설움이 얼마나 컸으면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이야기를 반복하실까.
엄마가 젊은 시절부터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어왔는지 알기에, 나는 성인이 된 이후 용돈을 받지 않았다. 나도 엄마도 집안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학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나는 엄마와 달리 대학 4년 동안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도, 한 번도 돈에 쪼들린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시대를 잘 타고난 탓일 것이다. 국가장학금 덕분에 등록금 걱정 없이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근로장학생과 아동 멘토링을 하며 편하게 돈도 벌고 소중한 경험도 쌓을 수 있었다.
대학생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 중 내가 가장 크게 도움 받은 건 '취업 후 상환 생활비대출'이었다. 매 학기 2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는데, 2025년 기준 금리가 연 1.7%다. 심지어 소득 구간에 따라 무이자로 빌려주기도 한다. 간단히 계산해봐도 받는 것이 이득이었다. 생활비대출 금리 1.7%, CMA 통장 금리 3%. 200만원을 빌려서 CMA 통장에 넣어두기만 해도 연 1.3%의 이익이 생긴다. 무이자 혜택을 받으면 3%를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나는 1학년 2학기때부터 매 학기 200만원씩 대출을 받았다. 나는 그 돈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 오히려 차곡차곡 모아뒀다. 통장에 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갑자기 좋은 기회가 생겨도 "돈이 없어서"라며 포기할 필요가 없었다. 친구들이 "돈 없어서 못 하겠다"며 주저할 때, 나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생활비 대출은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주었다. 그때 읽은 책 '백만장자 메신저'는 자동 수익을 만들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그 책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메시지로 만들어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라.
하찮게 생각해온 당신의 경험,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가치다.
처음에는 한낱 평범한 대학생인 나의 경험을 누가 궁금해할까 싶었지만,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적절한 경험을 찾게 됐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현장실습했을 때 매일 만든 온갖 서류들. 실습일지, 실습계획서, 평가서... 막막했던 당시 앞서 실습한 선배 서류를 레퍼런스 삼아 큰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선배 서류에 도움받았듯, 내 서류도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용기를 냈다. 실습 서류들을 정리해서 해피레포트라는 사이트에 올렸다. 그리고 블로그에 '종합복지관 실습 꿀팁' 글을 썼다. 블로그 글에서 서류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공개했고, 전문은 구매해서 볼 수 있도록 링크를 연결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블로그를 읽었고, 일부는 구매링크를 통해 서류를 구입했다. 4000원짜리 서류를 팔면 원저작자가 2000원, 판매링크를 올린 사람이 1600원, 해피레포트가 400원을 가져가는 구조다. 원저작자인 내가 올린 링크로 구매가 발생하면 3600원을 가져갈 수 있어 수익률이 가장 높다.
그때 처음 자동수익의 달달함을 맛봤다. 딱 한 번만 신경 써서 세팅해두면 그 뒤로는 아무것도 안 해도 돈이 벌리는 즐거움. 한동안 잊고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돈이 쌓여있었다. 마치 오랜만에 입은 옷 주머니에서 꽁돈을 발견한 듯했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돈이 들어온다.
일해서 번 100만원보다 자동수익 10만원이 더 기분 좋았다. 내가 겪었던 경험, 내가 만든 결과물 자체가 가치를 인정받은 기쁨. 내 경험이 가치있다는 걸 확인한 것이 단순한 수익보다 더 큰 의미였다.
그 안전망이 진짜 빛을 발한 건 졸업 후였다. 차곡차곡 모아둔 대출금과 꾸준한 자동수익은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줬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생계를 위해 조급하게 일하지 않는다. 대신 경험과 이야기를 가치 있는 콘텐츠로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해피레포트에서 시작된 작은 성공이 증명해줬듯이, 세상에 전할 수 있는 가치를 꾸준히 키워나가면, 언젠가는 그에 합당한 금전적 보상이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런데 사실 금전적 보상이 따라오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다. 내 안을 깊이 들여다보며 몰입하는 순간 자체가 행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