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 아니면 잡아먹힌다

쇼츠 중독자, 사바나에서 살아남기

by 내면여행자 은쇼

"딱 5분만... 진짜 딱 5분만 보고 자야지."


새벽 2시. 눈은 이미 충혈됐고, 내일... 아니, 오늘 일어날 알람까지 4시간 남았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위로 슬쩍, 위로 슬쩍. 15초짜리 쇼츠 영상들이 끝없이 넘어갔다.


스크롤을 멈출 수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 짧은 영상들이 내 머릿속을 파고드는 동안은 끊임없이 밀려오는 불안의 파도가 잠시 멈추었으니까. 작은 화면이 방파제가 되어 현실의 거센 물결을 막아주는 것 같았다. 문제는, 스크롤을 멈추는 순간 그 방파제가 무너지고, 억눌렸던 파도가 두 배의 높이로 나를 덮쳐온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나는 퇴사한 지 3개월 차였다. 2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내일은 오랜만에 잡은 면접이었다. 하지만 면접을 생각하는 순간, 불안감이 엄습했다.


'또 떨어지면 어쩌지?'

'이번에도 안 되면 돈도 거의 바닥날 텐데...'

'부모님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한 영상이 지나갔다. 또 하나가 지나갔다. 그리고 화면에 안경 쓴 남자가 나타났다.

"생각이 많을수록 불안도 커집니다. 그게 지능이 높은 사람들의 저주죠."

순간 손가락이 멈칫했다. 마치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척 영상을 넘겼다.


또 다른 영상이 나타났다. 이번엔 신기하게도 DNA 구조를 보여주고 있었다. "인간의 DNA가 현대 사회에 맞게 진화하는 데는 수만 년이 걸립니다. 문제는 우리 환경이 불과 100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죠."

무심코 넘기려다 마지막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 DNA가 정말 아직도 원시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제 정말 자야 했다. 하루 종일 화면만 보느라 눈도 뻑뻑하고, 목도 아팠다. 하지만 이상하게 쇼츠를 끄자니 불안했다. 차라리 쇼츠를 보는 게 마음이 편했다. 도망치듯 다시 화면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때였다.

화면이 이상하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와이파이 신호가 약해진 줄 알았다. 하지만 화면의 깜빡임은 점점 더 심해졌고, 이상한 노이즈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또 광고야?"


너무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건가 싶었다. 요즘 몇 주간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었으니까. 손으로 눈을 비볐다.


그런데 다음 순간, 내 스마트폰 화면에서 이중나선 형태의 빛이 솟아올랐다. 그 빛은 점점 더 커져서 마침내 사람의 형상을 갖추더니, 내 침대 앞에 서게 되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방금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사람? 아니, 사람 형상이지만 몸 전체가 파란빛의 이중나선 무늬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뭐... 뭐야 이건? 신종 홀로그램 광고야?"

"나는 네 DNA야. 40억 년 전부터 너와 함께 해온, 네 안에 있는 그 DNA. 무사고 운전자지... 아, 물론 공룡 시대는 좀 아찔했어."

어이가 없었다. 아마 너무 피곤해서 환각을 보는 거겠지.


"이런..." 그는 내 스마트폰을 집어들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

"도파민 시스템은 원래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찾도록 진화한 거야. 먹을 것을 발견했을 때, 짝을 만났을 때 뇌에 보상을 주는 시스템이지. 근데 이 15초짜리 쇼츠 영상이...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보상 체계를 완전히 해킹해버렸어."


DNA는 일어나서 내 방을 둘러보았다.

"네 뇌는 지금 사바나용 소프트웨어로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거야. 완전히 다른 운영체제 위에서 오래된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셈이지. 충돌이 안 날 수가 없어."


그는 내게 다가와 질문했다.

"혹시 SNS 끊어보려고 한 적 있어?"

"...며칠 한 적 있어."

"그때 얼마나 버텼어?"

"이틀..."

"왜 다시 돌아갔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떻게 이런 질문을 하지? 내가 대답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답답했어... 손이 근질거리고,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고... 불안했어."


"넌 그냥 본능을 따르고 있을 뿐이야." DNA는 어깨를 으쓱했다.

"우리가 사바나에서 살 때는 이 본능이 완벽했지. 문제는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었다는 거야. 네 뇌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그는 내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이 쇼츠 영상? 네 뇌는 이걸 먹이를 찾은 것처럼 인식해. 그래서 계속 스크롤하게 되는 거지. 그런데 이렇게 계속 도파민만 자극하면... 어떤 성공을 이뤄도 행복해질 수 없게 돼."


DNA는 내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래서 널 도우러 온 거야. 네가 이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현대 환경에서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


DNA는 내 침대 앞에 앉았다. 그러자 내 방이 갑자기 더 작아진 것 같았다.

"네가 지금 불안한 이유? 그건 네 뇌가 아직도 1만 년도 더 지난 아프리카 사바나에 있기 때문이지."

"계속 취업에 실패하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될까 봐 두려워하지? 그게 바로 원시 시대의 부족에서 추방당하는 공포와 같은 거야. 진화 과정에서 이건 생존 위협으로 인식되어 온 거지."


내 마음속 두려움을 꿰뚫어 본 듯한 그의 말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떠오르는 건 면접장 앞에서 느꼈던 그 숨막히는 공포. 손바닥에 땀이 차고, 목이 조여 오는 느낌. 심장이 귀에서 쿵쿵거리던 그 순간들.

"그럼... 내가 면접장 앞에서 느끼는 공포는..."

"그래, 사자를 마주했을 때와 똑같은 감정이야. 네 뇌는 차이를 모르거든."


"와서 봐. 뭔가 보여줄 게 있어."

DNA가 내 방 벽을 가리켰다. 그러자 벽에 이상한 무늬가 나타났다. 이중나선 형태로 서로 엉켜 있는 거대한 나무 같은 모양이었다.


"이게 뭐야?"

"유전자 트리야. 여기에는 네 본능과 타고난 성향, 진화적 경향성이 담겨 있어. 네가 왜 특정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어떤 것에 이끌리는지, 그 근원이 여기 있어. 뭐, SNS 프로필보다는 훨씬 정확하지."


나무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어떤 부분은 밝게 빛나는 반면, 다른 부분은 어둡고 흐릿했다. 마치 내 마음처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 답을 알고 싶다면, 직접 경험해봐야 해. 네가 진짜 어디서 왔는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어떻게?"


DNA가 미소를 지었다.

"좋아. 네가 진짜 어디서 왔고, 왜 이렇게 사는지 보여줄게. 사실 그 원인을 알면 네가 놀랄 걸? 최신 아이폰보다 더 놀라운 걸 보게 될 거야."


나는 뭔가 말하려 했지만 늦었다. DNA가 내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화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가 점점 커져서 나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잠깐, 안돼! 내일 면접이..."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고, 나는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쿵.

'아프다.'

쿵.

'머리가...'

쿵.

'이게 뭐지?'


눈을 떴을 때, 나는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여긴 어디지?'

감각이 하나둘 돌아왔다.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황금빛 풀밭. 멀리 보이는 웅장한 산맥. 그리고 맑고 푸른 하늘.

"여긴... 어디야?"

귀를 스치는 바람 소리. 피부를 간지럽히는 따뜻한 공기. 코끝을 자극하는 생생한 풀냄새. 이건 분명 꿈이 아니었다. 너무 선명하고, 너무 생생했다.

"여긴 네 뇌가 원래 살던 곳이야. 기분 어때?"

뒤돌아보니 DNA가 유유히 서 있었다.


"날 왜 여기로 데려온 거야? 당장 돌려보내! 내일 면접이 있다고!"

목소리가 떨렸다. 공포? 분노? 불안? 모든 감정이 뒤섞였다.


DNA는 태연하게 웃었다.

"면접? 걱정 마. 여기서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 여기서 한 달을 보내도, 네 세계에선 단 몇 분밖에 지나지 않아. 이건 내가 발명한 시간 개념이야. 특허 냈어야 했는데."


"한 달이라고? 뭐하러?"

심장이 빨라졌다. 한 달을 여기서? 말도 안 된다. 당장 돌아가야 한다.


"네가 알고 싶었잖아. 왜 불안한지,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 그 답을 찾으려면, 여기서 직접 살아보는 수밖에 없어. 그래야 진짜 네가 뭘 두려워하고 있는지 알게 될 거야."


멀리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 무리였다. 그들은 모두 털가죽을 입고 창과 돌도끼를 들고 있었다.


"저기 봐. 저게 네 부족이야. 월급은 없지만, 복지는 괜찮아. 4대 보험 대신 맹수 보험이 있거든. 사자한테 먹히면 모두가 너를 기억해주는."

"부족?"


DNA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원시 시대에 인간은 혼자 살아남을 수 없었어. 부족은 생존을 위한 필수 단위였지. 부족에서 쫓겨나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했어. 마치 요즘 너희가 SNS에서 '언팔로우' 당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서운 일이었지."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왠지 모르게 그 무리에 속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일었다.

"가자. 네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줄게. 여기선 이력서 대신 사냥 실력이 중요해. 하지만 걱정 마, 난 40억 년 경력의 원시인 코치니까."


우리는 부족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수풀 사이에서 '덥석'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야?!"

DNA는 여전히 유유자적했다.


"여긴 네 뇌가 수만 년 동안 살던 곳이야. 기분 어때? 익숙하지 않아? 아, 잠깐, 이 냄새는..."

DNA의 표정이 갑자기 긴장했다. 내게 속삭였다.

"이런, 사자 출근 시간이야? 내 스케줄러가 이상한가?"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심장이 빨라졌다. 목이 말랐다. 손이 떨렸다.


이 느낌... 면접장 앞에서 기다릴 때와 똑같다.

'뭐지? 왜 갑자기 이런 느낌이 들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것 같았다. 몸이 먼저 알았다.


그 순간이었다.

수풀이 갈라지는 소리. 거친 숨소리. 짙은 동물 냄새.

모든 게 느려졌다. 하나의 생각만이 명확했다.

'도망쳐야 한다.'


수풀 사이에서 거대한 사자가 튀어나왔다. 노란 눈빛이 나를 노려보았다. 송곳니가 번득였다.

"으아아아아악!!!"


내 몸은 생각보다 빨랐다. 본능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할 틈도 없었다. 판단할 필요도 없었다.

쿵. 쿵. 쿵.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다리는 저절로 움직였다.

'뒤돌아보면 죽는다.' '멈추면 죽는다.' '빨리 달려야 산다.'

머릿속에는 오직 이 생각뿐이었다. 죽음의 공포가 온몸을 지배했다. 뒤에서는 사자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DNA는 마치 공중을 떠다니듯 내 옆에서 달렸다.

"이 느낌... 어디서 많이 경험하지 않았어? 달리다보니 생각난건데, 이거 마감 전에 도망치는 것과 비슷하지 않아?"

"뭐...?"


말할 틈도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달렸다.

"현대에서도 너 이렇게 느낀 적 있지 않냐? 아, 체력이 많이 약해졌네. 그래도 괜찮아. 대신 이제는 엑셀을 더 잘 다루잖아?"


그 순간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첫 번째 회사에서의 마지막 날. 팀장이 내 실수를 모두의 앞에서 지적했다.

"이런 실수로 회사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알아?"


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다. 다리는 후들거렸다.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모두가 날 판단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도망치고 싶다!'


연이은 기억들이 물밀듯 쏟아졌다.

두 번째 회사에서의 업무 평가. "당신은 이 팀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알바 시절 고객의 항의. "너 같은 직원이 왜 여기서 일해? 사장 불러!"

취업 준비 시절의 끝없는 불합격 통지. "다음 기회에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자의 포효가 들렸다. 현실로 돌아왔다.

"잠깐만... 이 감정, 똑같아...?"

두 상황이 오버랩 되었다. 사자에게 쫓기는 지금과, 사회적 거절과 실패를 경험했던 그 수많은 순간들.


'미친 짓이지만, 정말 같은 느낌이야.'

"지금 내가 사자한테 쫓기는 거랑, 취업에 실패하고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 같은 감정이라고?"


DNA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네 뇌는 아직도 사바나에서 살고 있어. 면접관의 눈은 사자의 눈과 놀랍도록 닮았지. 두 경우 모두 널 먹어버릴 수 있으니까."


쿵. 쿵. 쿵.

사자의 숨결이 거의 목덜미에 닿을 것 같았다. 심장 소리가 귀를 찢을 듯했다.


"실직, 취업 실패, 사회적 거절... 다 이 생존 본능에서 온 거야. 너에게 죽음과 같은 공포야. 그래서 이렇게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회피하는 거야. 쇼츠 영상이 네 동굴이 된 거지. 안전한 피난처."


갑자기 절벽이 나타났다. 더 이상 달아날 곳이 없었다. 뒤돌아보니 사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오직 내 심장소리만이 들렸다. 쿵. 쿵. 쿵.

'이제 끝이구나...'


그 순간, 다른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 동아리에서 함께 프로젝트를 하던 시절. 실수를 했지만, 팀원들이 함께 만회했던 경험.

첫 회사에서, 어려운 고객을 성공적으로 설득했던 날.

소소하지만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들.


'그래, 내가 항상 실패만 한 건 아니야.'

그리고 또 다른 깨달음.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해서 정말로 죽었던 적은 없었다. 취업에 실패해도 다음 면접이 있었다.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DNA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겠지? 너의 뇌는 사회적 실패를 '생존의 위협'으로 기록했어. 그래서 지금도 비슷한 상황만 오면 사자에게 쫓기는 것처럼 느끼는 거야.

하지만 현실은... 면접에서 떨어져도 다음날 아침에 너는 여전히 살아있잖아.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차이일지도."


사자는 계속 다가왔다. 이제 불과 몇 미터 앞이었다.

'도망칠 수 없어.' '숨을 수 없어.' '싸울 수도 없어.'

"그럼 어떻게 해야 돼? 이 공포를 어떻게 이겨내지?!"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죽는 건가?


DNA는 놀랍도록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이 한 달 동안 찾아야 할 답이야. 네 안에 담긴 모든 기억과 본능,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는지. 내일은 어쩌면 창 던지는 법을 배울지도 몰라. 그게 면접에서 질문에 답하는 기술로 바뀔 수도 있고."


사자가 드디어 뛰어올랐다. 모든 게 느려졌다. 그 황금빛 털과 번뜩이는 송곳니, 그리고 죽음의 포효.


"아아아아악!!!"

"으억!"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내 방이었다. 아까 그 새벽 2시의 내 방. 하지만 시계를 보니 정확히 2시 5분이었다.

'꿈이었나?'


아니, 너무 생생했다. 아직도 사자의 포효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맹수의 냄새가 코끝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심장은 여전히 격하게 뛰고 있었다.


벽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유전자 트리의 모습이 보였다가 사라졌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내 손에 있었다. 쇼츠 영상이 자동 재생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영상들이 내 흥미를 끌지 못했다.


화면에 작은 메시지가 떴다.

"기억해. 내일 네가 만날 사람들은 사자가 아니야. 네가 목숨을 걸고 피해야 할 대상도 아니지. 내일 밤, 계속해서 네 여정을 시작하자. 아 참! 그 커피 좀 버려. 40억 년 동안 이렇게 적응 못한 맛은 처음이야! - 네 DNA가."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창밖으로 달이 보였다.


지금까지 살면서 어떤 면접, 어떤 거절보다 더 무서운 것을 경험했다. 내일 면접? 이제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

'사자보다 무서울 건 없으니까.'


이상하게도, 이제 더 이상 쇼츠 영상이 보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내일 면접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했다. 내일 밤, 내가 다시 그곳으로 가면, 어떤 진실을 더 발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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