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애호가의 셀프 인터뷰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갈망

by 내면여행자 은쇼

Q: 디지털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아날로그적 경험이 갖는 특별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점점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살수록,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 경험의 가치는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빠르고 편리한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저는 오히려 느리고 불편한 것들이 주는 깊은 만족감에 애정을 느끼고 있어요.


디지털이 주는 편리함도 좋지만, 간혹 그 효율성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거든요. 손으로 만지고, 향기를 맡고, 소리를 듣는 그런 감각적 경험들이요. 이런 경험들이 저에게는 더 깊은 만족감을 주더라고요.


Q: 종이책을 선호하신다고 들었는데,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읽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종이책을 좋아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눈과 마음이 정말 편해요. 인공적인 블루라이트의 피로감 없이, 자연스러운 빛 반사로 읽을 수 있는 종이책은 장시간 독서에도 눈이 편안하거든요. 밤새 읽어도 눈이 뻑뻑하지 않고, 화면을 보는 긴장감 없이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어요.


둘째, 종이책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이에요. 새 책을 펼칠 때 코끝을 간지럽히는 특유의 향기, 손끝에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책장이 넘어갈 때 들리는 사각거리는 소리... 이 모든 감각적 경험이 독서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요. 종이에 펜으로 밑줄을 긋고, 여백에 내 생각을 적는 순간의 만족감은 디지털 하이라이트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죠.


셋째, 종이책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요. 종이책을 읽을 때 저는 더 많이 멈추고, 더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의 미세한 멈춤, 책장 한쪽 귀퉁이를 접어두거나 밑줄을 긋는 행위, 책의 무게감이 주는 현존감은 모두 사고를 더 깊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전자책에서는 빠르게 스크롤하며 놓치기 쉬운 생각의 틈, 그 사색의 순간들이 종이책에선 자연스럽게 찾아와요.


Q: 서점이나 북카페 같은 오프라인 독서 공간에 대한 애정도 느껴지는데요, 그런 공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종이책들이 모여있는 공간을 정말 사랑해요! 서점이나 북카페, 도서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는 온라인 서점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성을 불러일으키거든요.


수많은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그 공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요. 책장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책 등을 쓰다듬고, 마음에 드는 책을 꺼내 몇 페이지를 넘겨보는 우연의 발견들... 그리고 그 공간에서 각자의 세계에 빠져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연대감은 묘한 안정감을 줘요. 북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제게 작은 사치에요. 그곳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더 느리게, 더 깊게 말이죠.


Q: 최근에 필름카메라를 처음 사용해보셨다고 들었어요. 디지털 카메라와 비교해서 어떤 경험이었나요?


클로즈업 캠프 덕분에 필름카메라를 처음 만났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무한정 찍고 삭제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와 달리, 제한된 필름은 순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만들어줬어요. 셔터를 누르기 전 몇 초간의 고민, 한 컷 한 컷을 더 신중하게 담아내는 순간, 그 긴장감이 주는 집중도는 디지털에선 느끼기 어려운 것이었죠.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 또한 잊고 있던 설렘을 선물했어요. 현상된 사진을 받는 날, 봉투를 뜯는 순간의 떨림은 요즘 삶에서 드물게 느끼는 특별한 기대감이었죠.


제한, 불확실성, 기다림... 이런 불편함이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줬어요. 그렇게 찍은 사진 한 장에 디지털로 찍은 수백 장보다 더 깊은 애착이 생기고, 의미를 부여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희소성의 가치에 대해 체감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Q: LP바를 찾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맞아요. 사실 음악을 스마트폰으로 스트리밍하는 것과 LP의 음질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끼지만, 저는 음질 이상의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 LP바를 찾아가요.


아날로그 레코드를 골라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의식적인 행위는 그 자체로 음악 감상의 일부가 되거든요. 노래가 흘러나오기 전 레코드의 미세한 잡음, 그 불완전함이 주는 생생함과 진정성은 디지털 음원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에요.


LP바의 공간 자체가 주는 경험의 가치도 커요. 세상에 음악과 나만 존재하는 느낌으로 몰입할 수 있거든요. 같은 음악을 디지털로 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에요.


Q: 일상에서 디지털 대신 아날로그를 선택하는 다른 예시가 있을까요?


수제 커피와 스페셜티 카페를 찾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요. 집에서 인스턴트 커피나 캡슐 커피로 쉽게 마실 수 있지만, 바리스타가 정성껏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 공간의 분위기를 느끼는 경험은 단순한 카페인 섭취를 넘어선 의미가 있어요.


장인이 만든 수제 가죽 제품에 손이 가는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대량생산된 제품보다 비싸고 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름다워지는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장인의 이야기는 단순한 소유를 넘어선 애착을 줘요.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회를 찾아가는 이유도 다르지 않아요.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현장의 생생한 에너지와 다른 관객들과 공유하는 집단적 경험은 화면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감동이거든요.


Q: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서로를 보완하며 더 풍요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종이책을 읽으며 감각적 경험을 하고,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AI와 함께 확장하는 것이 가장 최적의 독서법이 아닐까 싶어요. 종이책과 AI를 병행하는 내적 탐구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경험을 추구하는 이유를 정리한다면요?


인간이 아날로그 매체를 찾는 이유는 우리의 본능이 실체가 있는 감각적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디지털이 편리함을 준다면, 아날로그는 우리에게 깊이를 선물하죠. 그리고 때로는 그 불편함이 주는 깊이가, 편리함이 줄 수 없는 진정한 만족감을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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