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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가포르 자매님 Jul 31. 2021

안산 선수가 싱가포르 선수였다면 벌어질 일

과거의 싱가포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는 금메달리스트 (무려 세 개!) 안산 선수를 주변 외국 혹은 싱가포르 친구들에게 마구 자랑했다. 나의 자랑을 성의껏 들은 몇몇 친구들은 안산 선수를 검색도 해보았나 보다. 당연히 찬사를 기대했을 그들이 마주한 건 두둥 당신이 아는 그 뉴스였다. 특히나 여권이 높은 싱가포리안 친구(남자)는 같은 상황이 싱가포르에서 일어났으면 벌어졌을 법한 일을 과거 데이터를 근거로 설명해주었다. 이를 최대한 담백하게 공유해보고자 한다.



1. 과거 싱가포르 올림픽 선수들에게 일어난 일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탁구 은메달리스트

이걸 콕 집어서 왜 얘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은메달 리스트 3명 중 2명은 짧은 머리이다. 이들은 머리 길이에 상관없이 당연히 싱가포르로 돌아왔을 때 금의환향을 받았고 레드 카펫을 밟았고, 총리까지 나서서 축하해줬다. 아무도 왜 해당 머리 스타일을 근거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참고로 2008년 10년도 더 지난 시절 중국에서 이민 온 3명의 은메달 하나에 대한 찬사이다. 싱가포르 친구는 출신, 성별, 기호 상관없이 'Singapore welcomes you' 라 강조했다. (그러니 안산이 이민 오면 좋겠다는 농담을 했다 ㅋ 안돼 대한민국 보물이야!)


그녀들이 받은 찬사: https://eresources.nlb.gov.sg/history/events/630 d6 ead-db60-41d6-b0 d2-ea6 c54 a 0 e08 d#:~:text=The%20 Singapore%20 team%20 were, outstanding%20 and%20 impressive%20 achievement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여자 탁구선수   

위의 선수는 싱가포르에서 태어난 선수가 아닌 중국에서 이민 온 탁구선수이다. 메달을 따는 것이 싱가포르에서 흔하지 않기에 이 선수에게 기대가 컸었나 보다. 아쉽게도 메달을 따지 못한 해당 선수에게 비난보다는 그동안에 노력에 대한 찬사가 주어졌다. 여기서 물론 그녀가 중국 출신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인들의 반응: https://www.straitstimes.com/sport/olympics-singapores-yu-hailed-for-her-brave-run-in-the-table-te nnis-singles-event#:~:text=Many%20others%20also, spirit%20and%20attitude.%22

 

2. 안산 선수가 싱가포르 선수였다면   


     선수에 대한 평가는 태도와 실력에 토대해서 주어지기에…   

싱가포르에선 메달을 땄건 따지 못 했건 선수의 헌신에 대한 찬사가 주어진다. 여기서 당연히 선수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머리가 짧은지 긴지에 대한 외모에 관한 코멘트는 언론에서도 안 다뤄지며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별로 언급되지 않는다. 안산 선수는 지금쯤 도쿄에서 총리와 국민들의 따뜻한 환영과 찬사를 즐길 준비로 들떴을 거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것은 국가에 대한 봉사로 여겨지기에…   

싱가포르에선 올림픽 선수들에겐 포상이 아주 후하게 주어진다. 국가에 기여한 인재에게 감사에 대한 표시이다. 다시 한번 얘기 하지만 여기선 당연히 선수의 성별, 나이, 외모와 상관없이 포상이 주어진다. 안산 선수는 국민들의 리스펙과 더불어 국가의 통 큰 성의 표시를 받을 것이다.


3. 왜 이 글을 썼냐 묻는다면


중국계, 인도계, 말레이계 등 여러 인종이 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개인 bio (성별, 외모, 출신)에 기반한 차별을 조심히 한다. 이런 문화 때문인지 개인 bio에 기반한 평가를 입 밖으로 내면 비난을 받는다.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여성의 머리가 짧다는 것은 단순히 그 사람이 빨간색을 좋아하니 노란색을 좋아하니 정도의 기호로만 바라본다. 대신 당신이 어디서 왔던, 어떤 성별을, 어떤 기호를 가졌던 상관없이 실력주의에 기반한 사회이기에 이에 대한 평가는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편이다.


내 직장 동료만 보더라도 짧은 머리, 보라색 머리, 노란 머리, 빡빡이 머리 등등 머리 가짓수가 굉장히 다양하다. 직장에서 아무도 머리스타일에 대한 지적은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멋있다고 칭찬받는 것은 보았다. "Oh wow I like your hair!" ) 그들은 본인의 머리를 지지든 볶는 알아서 할 수가 있고 그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머리스타일 보다도 그 사람의 실력과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뭣이 중한지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친구가 위의 가정을 열심히 설명 한 뒤 나의 내면의 소리는 ‘우리나라도 그 정도는 해줘..’였다. 그러나 2021년 올림픽 현재의 상황은 이를 당당하게 말할 수는 없게 했다. 안산 선수에 관해 ‘짧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여대를 나온 선수’  보단 ‘금메달 3개를 딸 정도로 열심히 노력했고, 국가에 크게 기여한 선수’라는 평가가 내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안타까운 마음에 해당 주제로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 보았다.


안산 선수 I love your hair and 너무나도 자랑스럽습니다. 대한민국 올림픽 선수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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