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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Mar 11. 2020

[리뷰]『곽재식의 세균박람회』를 읽고

일상 가득한 세균과 친해지기

  철저하게 이과 감성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필자는 초등학교 코찔찔이 시절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과학이라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이마에 땀이 줄줄 흘렀다. 당시에 배웠던 과학지식 중 아직 생각나는 것은 짚신벌레와 아메바와 같은 단세포들뿐이다. 단세포에 관해 배운 뒤부터 친구들을 "너 아메바니?" "짚신벌레 같은 녀석" 하며 유치하게 놀려댔기 때문이다.

그렇다. 명백한 과학 분야의 책이다.

  그렇기에 『곽재식의 세균박람회』를 처음 접한 필자는, 과학시간에 배운 단세포 지식을 실생활에 응용하던 과거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다. 동시에 '과학/공학' 분류로 속해 있는 해당 책의 정체를 알고 나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손에 난 땀을 닦고, 심호흡을 한 뒤 『곽재식의 세균박람회』을 펼쳤다.


  『곽재식의 세균박람회』은 과거관/현재관/미래관/우주관 총 4부로 나눠 세균의 역사를 설명한다. 실제로 박람회에 다녀온 듯한 기분을 줄만큼 알찬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췄다. 본고 역시 4개의 분류를 순서대로 리뷰할 것이다. 



1부. 과거관


  과거관에선 세균의 탄생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생명이 사는 이유와 연관 지어 설명하여 세균에 대한 호기심을 돋운다. 

가엾은 보툴리늄에 대하여 p.58

  특정 세균의 쓰임에 대해 알려주며 세균이 우리의 일상에 속속들이 스며들어있단 사실을 일러준다. 점차 세균에게 친근감이 드는 기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돌말을 무시하지 말자 p.88

 오른편의 사진과 같이 독자에게 대화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도 간간이 보인다. 




2부. 현재관


  현재관에선 보다 복잡한 구조의 세균과 핵을 가진 세균을 소개하고 이들이 김치를 비롯한 음식에 도움을 주고 있단 사실을 일러준다. 

스타필로코쿠스 에피더미디스! 스타필로코쿠스 에피더미디스! p.165

  왼편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곽재식의 세균박람회』엔 중간중간 유머코드가 장착되어있다.

표피포도상구균, 고마워! p.169

  사람의 체취마저 세균으로부터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잠시 각자의 체취가 어떤지 킁킁거려보자.

여깄습니다 주인님. p.186

  세균을 의인화하여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저자의 독특한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3부. 미래관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다. 미래관에선 세균이 동물실험을 대체하여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만일 토끼 대신 세균을 실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p.220

  동물실험은 윤리적인 문제와 효율성 측면에서 모두 하자가 존재한다. 실험용 토끼를 온전하게 기르기 위해 투자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다면 성장 속도가 빠르고, 비용도 크게 들지 않는 세균이 나을 수 있으며, 인간의 안위를 위해 동물을 실험용으로 가두어 키우는 비윤리적 행위 역시 감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저자의 조심스러운 주장은 불필요한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세균은 분야를 막론하고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준다. p.279

  또한, 세균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의 DNA를 조사하고 빅데이터로 수집한다면, 세균의 이로운 부분만을 채취하여 결핵과 같은 질병을 막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부. 우주관


  박람회의 마지막 차례인 우주관에선 세균이 우주로부터 들여왔을 가능성과 적응력이 뛰어난 세균의 특성을 이용하여 인간이 우주에서 자급자족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단 말을 한다.

어느 별에서 왔니? p.303

어느 외계인이 지구로 세균을 보냈다는 추측은 재밌으면서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지금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p.304

  우리가 지구 너머 생명체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우주를 알기 위해 우주선을 보내고 인공위성을 쏘는 이유가 외계인의 의도일 수도 있다...! 어쩌면 여행은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탐험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만족해주는 행위가 될 수도 있겠다.

미세먼지를 몰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p.336

우주 개척의 과정에서 개발되는 기술은 당장 지구에도 용이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충분히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p.352

  저자는 세균을 비롯한 갖가지 기술이 윤리적으로 어긋나지 않는 방향으로 쓰일 수 있기 위해선, 올바른 제도가 갖추어져야 하며 세균 연구가 중요한 만큼 기술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는다.




  『곽재식의 세균박람회』은 독자의 입장에서 흥미가 생길만한 세균을 다루고, 이해가 쉽고 찰떡같은 비유로 세균이란 녀석을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준다. 필자 역시 과학 하면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장이 몹시 궁금해져 완독을 해버렸다. 그만큼 『곽재식의 세균박람회』은 다채로운 표현을 가미한 친근한 과학상식서적이다! 또한, 세균과 위생에 관심이 몰려 있는 현시국에 읽는다면 보다 와닿게 읽을 수 있을 것이며 주변 사람들에게 관련 과학상식을 뽐낼 수 있을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26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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