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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Aug 24. 2020

[리뷰]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을 읽고

누구나 실천 가능한 철학


이제 솔직히 고백하는 바이지만, 나는 도덕적 성인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 그리고 더 나아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과 비슷한 사람이다.



 무엇이 정형화된 도덕적 삶인지에 대한 추상적인 그림을 우리 모두 어렴풋이 그릴 수 있다. 무엇이 보편선이며 보편악인지에 대한 구분을 대부분이 할 수 있단 말이다.


 그러나 이를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드물다. 매사에 옳은 판단을 하고 선이 되는 행동을 하기엔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린 전통 철학을 읽고 행하려 한다. 그러나 매사에 이성적 판단을 요구하는 다수의 철학 서적을 보면 쓴웃음만이 지어진다. 내가 행하기엔, 그것도 지속적으로 행하기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며, 하고자 하는 의지조차 사그라들게 하는 도덕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철학에서 말하는 도덕은 성인군자가 아니고선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행하기 어렵다. 결과론, 의무론이나 더 윤리 중 하나만을 줏대 있게 일상에 곁들이기란 더욱더 어렵다. 어쩌면 전통 철학이 현대에서 적용하기엔 터무니없이 비현실인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에겐 현대에 맞는 적당한 수준의 도덕을 요구하는 철학이 필요하다. 때론 행운에 기대어 좋은 결과를 맞기도 하며,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오가는 철학. 그것이 바로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에서 말하는 철학이다.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에선 도덕적 품위란 단어가 등장한다. 도덕과 품위.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단어의 조합이다. 그러나 그 뜻을 살펴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남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내가 앞으로 '도덕적 품위'라고 부르는 태도의 바탕, 즉 도덕적 핵심이다.

p.13




  나의 삶과 더불어, 다른 존재에게도 각자의 삶과 이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그것이 '도덕적 품위'를 관통하는 주제다. 은근 쉽지 않은가? 길을 지나다가 수없이 마주치는 낯선 이들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음을 인식하고 존중하는 것이 도덕적 품위다. 더불어『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에선 현존하는 인간을 넘어서 후대와 동물로까지 도덕적 품위의 해당을 넓힌다.




우리는 곧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도덕적 의무에 직면할 수도 있고, 또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일을 해서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의무를 느낄 수 있다.

p.86




 도덕을 행할 때, 우린 의무와 부담이란 부정적 동기에 직면할 때가 있다. 결과론에 따르면 도덕을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에 동기가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부담과 의무란 동기로 도덕을 실천하게 된다면 지속적인 실천을 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항상 그럴 수는 없지만, 헌신과 기여라는 긍정적 동기로 도덕을 행하게 된다면 도덕 실천 자체가 나의 정체성을 성립해 줄 수 있으며 보다 지속적인 도덕을 행할 수 있다. 이는 의무론에도 부합한다.




우리는 때때로 급박한 도덕적 이유 때문에 배려나 그에 관련된 공감을 거스르는 행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p.100




 참 어렵다. 우린 이성적이어야 할 상황에 감성이 앞서고, 반대로 공감이 필요한 상황에선 지나치게 이성적일 때가 있다. 이성을 정의로, 감성을 공감으로 보자면 정의와 공감을 판단하고 균형 잡을 땐, 해당 상황에 정의 혹은 공감을 하는 것이 나의 정언명령에 부합하는지 고려하고, 부합할 경우 따르는 것이 '도덕적 품위'를 지닐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다른 종의 생물이 전면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능력이 있다면, 왜 그 종이 전면적이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능력이 있는, 뇌를 다친 사람보다 관심을 덜 받아야 하는가?

p.168




 '다른 존재의 삶을 인식'의 범위는 다른 종으로까지 확대된다. 인간 외의 다른 존재에 대한 공감은 사실 굉장한 이타주의자가 아니라면 어렵다. 많은 이들의 밥상엔 매일 고기가 올라가며 고기란 소나 돼지 등의 동물을 사육하여 만들어낸 생산물이다. 우리가 고기를 먹기까진, 우리와 같은 눈망울을 지닌 동물을 좁은 공간에서 일평생 사육하며 이들의 삶의 목적을 '좋은 품질의 고기'로 제한하는 비윤리적인 과정을 거친다. 또한 이는 환경 문제로 확대된다. 환경은 현세대와 시간적 거리가 있는 뒷세대에게 좋은 지구를 물려주는 것과 관련된다. '다른 존재의 삶을 인식'은 동물과 후세대라는 다른 종, 혹은 평생 마주할 일 없는 존재에게까지 나아간다.




 이타주의자가 아니면서도 도덕적 품위를 지키기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어쩌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에서 말하는 도덕의 핵심은 '다른 존재의 삶을 인식'과 더불어 '도덕적 품위를 행하기 위한 노력'을 포함할 것이다.


기존의 세 가지 유형(결과론, 의무론, 덕 윤리)중 한두 가지를 뽑아서 우리의 약속과 계획에 맞춰 조정하는 것

 성인이 되기란 어렵고, 우린 그렇게 피곤한 삶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도덕적 품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은 이런 이중성 사이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상황에 따라 전통 철학을 적용하며 감성과 이성을 존중한다. 지구 건너편 아무개에게 기부를 하고, 낯선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보편적 삶을 위해 정치적 투쟁을 하는 직간접적 노력까진 아니더라도, 나 외에도 다른 존재의 삶이 있음을 인식한다면 우린 나름의 틀에서 도덕적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407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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