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몽스 Aug 26. 2020

[리뷰]클래식에세이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를 읽고

바흐부터 송창식까지

좋은 책이 이리 많은데, 대부분 읽지 않았네….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런데 음악은 다르다. 좋은 음악, 빼어난 연주가 줄이라도 선 듯 차례로 날 찾아왔다.
p.345

 방안으로 지는 햇살이 내려앉은 낮과 밤의 경계에서 턴테이블과 맥주를 곁에 두고 편한 자세로 누워 음악을 감상하는 상상. LP와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굳이 마다하지 않을 만한 조합이다. 낭만도 있고 여유도 있다. 이처럼 옛것이 주는 시간의 때 묻음과 비현실적인 매력은 경험해보지 못한 과거를 거스르고 동화되고픈 욕구를 건드린다.


 가요와 팝에 길들어진 나의 귀에 클래식은 낯설디낯선 장르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등의 클래식 작곡가는 중고등학생 때 음악 시간에서 배운 게 전부다. 어쩌면 나에게 클래식은 자장가로 더 익숙하다. 들으면 눈이 감겨오는 수면 유도 음악. 호불호를 판가름할 만큼의 클래식을 듣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한다.


 이렇듯 클래식과 동떨어진 삶을 지낸 나에게『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그동안 들어온 클래식보다 많은 클래식을 듣고, 알게 했다. 클래식 에세이라는 장르이기에 진입장벽이 있을 것만 같았지만 나름 친숙한 클래식 작곡가가 많았다. 무엇보다 세부 파트마다 QR코드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놨기에 글과 클래식을 동시에 감상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매 파트 마다 QR코드로 들어가 책을 읽는다면 보물찾기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선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에서 내가 찾은 보물을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vBWCphAu8ik&feature=youtu.be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 영화「화양연화」OST로 삽입된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한 「유메지의 테마」이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이 노래는 한 번 정도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화양연화」를 아직 못 봤지만, 노래를 들으니 홍콩 여행을 갔을 당시의 장면이 펼쳐졌다. 홍콩 특유의 좁고 습기 찬 아파트 복도와 주렁주렁 매달린 네온사인이 떠오른다. 조만간「화양연화」를 본다면, 이 노래를 들으며 내가 떠올린 풍경이 맞는지 확인해봐야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DTPQ-SceP-0&feature=youtu.be


 다음은 송창식의 「밤 눈」이다. 클래식 에세이인데 송창식이라니. 의아할 수도 있지만, 송창식도 엄연한 클래식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클래식 반열에 오르는 이들이 늘어남을 알아야 한다. 송창식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친숙한 가수가 아니다. 영화 「쎄시봉」으로 아는 이들이 있겠지만, 이들의 노래를 낱낱이 알고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나 역시 송창식 하면 가나다라마바사~하는 흥겨운 노래만 떠오른다. 그래서「밤 눈」이 유독 좋게 들렸다. 노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눈 내리는 밤이 그려진다. 절절한 목소리와 청춘을 묵묵하게 담아낸 가사는 노래로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에 제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tUH9z_Oey8&feature=youtu.be



 책 중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파트가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비록 작가지만, 그가 음악에 조예가 깊단 사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독자라면 당연히 아는 사실일 테다. 나 역시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비틀즈와 존 레논을 듣게 되었고, 글과 더불어 플레이리스트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링크에 걸어 놓은「Strawberry Fields Forever」는 내가 즐겨 듣는 비틀즈의 노래 중 하나다. 얼마 전 부산 해운대에 있는 한 LP 바에서 이 노래를 신청하고 들은 경험이「Strawberry Fields Forever」더 아끼게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Ioyx4F-Ug&feature=youtu.be


 난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좋아한다.「바람이 분다」, 「천공의 섬 라퓨타」등 명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붉은 돼지」를 첫 번째로 좋아한다. 이탈리아 바다에 내리는 석양을 배경으로 비행하는 마르코와 잔잔하게 샹송 「버찌가 익어갈 때」를 부르는 지나의 모습은 아득해질 정도로 아름답다. 영화를 봤을 당시엔 굳이 지나가 부르던 노래를 찾아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에서 찾게 되었다. 노래를 듣자마자 「붉은 돼지」를 처음 봤을 때의 감흥이 차올랐다. 당분간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굳건하게 버틸 듯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3Vy9iX6OVcQ&feature=youtu.be


 송창식이 그랬듯이, 김광석도 클래식이다. 더군다나 정호승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부치지 않은 편지」라면 더 그렇다. 김광석의 노래와 정호승의 시를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이제야 알게 된 건 아쉬우면서도 앞으로 들을 날이 많단 자각을 줬다. 김광석 특유의 투박함과 서민적인 멜로디와 정호승의 시가 만나니 명곡이 탄생했다. 말이 필요 없다. 가사를 첨부한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 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시대의 새벽 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 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그대 잘 가라






 지금까지 소개한 보물 같은 음악은 나에게만 적용될 수도 있다. 물론『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엔 훨씬 많은 클래식이 있고, 이는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플레이리스트에 담길 수도, 흘려듣는 음악이 될 수도 있다. 클래식에 관해선 까막눈이지만, 대충이라도 알고 있는 노래가 나올 땐 더 집중했다. 덕분에 저자가 쓴 글의 감정에 최대한 맞닿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클래식이 독일이나 러시아 등의 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김광석, 김현식, 송창식 등의 클래식이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외국의 클래식도 듣겠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을 찾아 들으려 한다. 물론 비틀즈를 곁들여서.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69290


매거진의 이전글 [리뷰]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을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