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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스 Oct 05. 2022

[리뷰]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마음 『작은 태양』을 읽고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성내지 아니하느니라.


'무조건'과 '무대가'란 수식이 가능한 유일한 '사랑'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이 올바르고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렵겠지만

그 애정이 나를 향한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마음에 대한 산문집인 『작은 태양』에선 가정의 아이를 '작은 태양'으로 표현한다.

아이가 자라기 전엔 가정의 태양은 부모다.

아이에겐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며 그저 빛나는 존재로서 따르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점차 커가면서

아이 자체가 태양이 되어 빛을 발한다.

아이는 더이상 부모가 비추어주는 볕만 바라보지 않는다.

자신 자체가 누군가에게 태양이 된다.

그리고 그 볕은 부모에게까지 가닿는다.




밤은 결코 신비롭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소리가 잦아들고, 움직이던 것들이 가만히 쉬고, 이런 상황일 뿐이다. 그러나 심야 일꾼에게는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는 심야 일꾼만의 고요한 사유와 그윽한 정취가 있다. 나는 밤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 조종사에게 인사를 건네고, 기적을 울리는 기관사의 안전을 빌곤 한다. 어느 집의 어느 개가 왈왈 짖는 소리를 좋아하고, 맞은편 지붕에서 달을 바라보는 검은 고양이를 좋아하며, 비스듬히 마주 보는 이웃집 신문사 직원이 대문을 들어서면서 아내와 나누는 포근한 대화를 좋아한다. 

p.58


 나는 책상 밑에 두꺼운 방석을 놓고, 털양말을 신고, 솜옷을 걸치고 다리에도 하나 덮는다. 전기난로는 45도 각도로 나를 쪼이게끔 배치한다. 앉아 있는 의자 양옆에도 의자를 늘어놓고 잘 추려낸 참고도서와 사전 등을 잔뜩 쌓아놓고, 커피 한 잔과 차 한 잔에 과자 반 상자와 담배 한 갑을 둔다. 책상 위에는 보온병, 그릇, 젓가락, 뜯지 않은 라면을 놓는다. 

p.286





아이의 탄생은 가정의 큰 기쁨이지만

모든 현상엔 양면이 있기 마련이다.

부모는 아이를 통해 힘을 얻고, 그 힘을 동력삼아 다시 아이에게 베푼다.

하지만 아이가 어릴수록, 아이에게서 한시도 신경을 뗄 수 없게 된다.

결국 부모는 개인의 휴식과 아이에 대한 애정을 교환한다.

정신 없고 행복으로 가득찬 나날 중, 어느새부턴가 낯설어진 고요의 시간이 온다.

바로 새벽이다.

밀폐된 공간 속 홀로 존재함과 나만의 책상 앞에 앉아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

한적하게 책을 읽고 새벽만이 내는 소리인 정적과 이따금 정적을 비집고 흘러드는 기분 좋은 소음.

부모는 아이를 통해 활력을 얻지만, 모든 활력이 아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잊고 지내던 일상과 느지막한 하루.

이 역시 아이와 쉴 새 없이 행복을 나누던 부모에게 주어지는 틈새의 행복이다.





모든 어른에게는 이런 인생의 비밀이 있다. 다들 '목숨을 건 외줄타기'를 하면서 자랐다. 어른이 되려면 살얼음판을 건너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찌 보면 운이다. 

 나에게 자식이 생기고 나니 마음이 싹 변했다. 완전히 딴판이 되었다. 나는 자식이 어떤 '외줄'도 건너지 않길 바란다. 차라리 내 몸이 부서져라 일해서 12미터 너비의 널찍한 시멘트 다리를 놓아주겠다. 나는 자식이 어떤 살얼음판도 건너지 않길 바란다. 차라리 내 어깨에 태워 강을 건너고, 얼음이 깨진다면 아이를 물 위로 쳐들고 기꺼이 얼음물을 마실 것이다. 

p.80


 '미지의 미래'를 앞에 두고 나는 마구잡이로 팔을 휘둘렀어. 요행히 '상당히 괜찮은 것'을 움켜쥐었지. 물론 너의 세대는 나처럼 그렇게 막무가내가 아니길, '도박판'에 뛰어들듯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러는 대신 너는 '이성'을 차근차근 써먹기를 바란다. 

p.298





자식 세대의 고통을 가불하여 그들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하는 것이 부모다.

아이가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겪길 바라는,

최대한 고생을 덜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에게나 해당될 것이다.

물론 그럴 수 없단 걸 알겠지만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그러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어봐야 알 것 같다.





부모가 자녀를 귀여워할 시간은 너무나 짧다. 인생의 여정이란 본질적으로 혼자 걸어가는 고독한 원정이리라. 우리는 마땅히 자녀를 벗처럼 대하고 벗처럼 사랑해야 한다. 

p.95

 

아이가 집안에 대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은 부모다. 부모가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이웃집에 가서 "쟤 좀 호되게 때려줘요!" 하고 고함치기보다는 부모더러 "꼭 그렇게 바빠야겠어요?" 하고 소리치는 것이 합당하다. 

p.108





아이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한 행동이 어떨 땐 아이를 외롭게 만들 때가 있다.

아이가 생기면 돈이 들고,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부모는 밖으로 나간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짧다.

아이가 부모를 찾는 시간 역시 길지 않다.

어떤 부모는 아이가 어릴 적,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걸 후회한다.

참 슬픈 일이다.

아이를 위한다면, 아이가 바라는 걸 해주는 게 최선이겠지만,

대부분이 이를 알겠지만

실제로 행하기엔 현실이 참.

그렇다.





아이들이 하는 얘기가 다 내 어릴 적에 겪은 일이라는 걸 알고 나면 '저작권을 침해당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다채롭던 내 소년 시절의 '긍지'가 나를 일깨운다. 난ㄴ 아이들의 황금생활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억누를 권리가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때 그 소년의 마음에 품은 가치를 깎아내리고 억누를 권리가 없었듯이. 

지금까지도 나의 소년 시절은 나에게 가장 진지한 의미가 있다. 다른 사람이 깔보는 것은 용납할 없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소년 시절은 인간이 손에 넣은 가장 커다란 재산, 천만의 가치가 있는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p.291




부모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었기에 그들만의 시절이 있다.

그리고 자신을 답습하며 소년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자식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누구나 겪었고 겪어야만 하는 시기를 아이가 좀 더 현명하게 지나길 부모는 바란다.

어떻게 해야 그럴 수 있는지 그 시기를 겪어본 부모는 방법을 알면서도 바라보기만 할 때도 있다.

섣부르게 아이에게 참견하는 건 되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아는 부모는 그렇다.

부모는 아이에게 다양한 방향을 제시해줄 뿐, 어떤 길을 갈지 정하고 발을 딛는 건 아이의 몫이다.





세상 모든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나한테도 아버지가 있단다. 세상 모든 '아이'가 그렇듯 나도 '아버지' 역할을 맡고 나서야 '아버지'가 '얼마나 고된 직업인지' 깨달았지. 엄청나게 '애가 타는' 일이건만 '대우'는 형편없거든. 그때 나는 '내 아버지를 찾아가 이야기 나누고픈' 마음이 간절했어. 나날이 어려워지는 '시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두 아버지가 만나' '지혜의 불꽃'을 피워 알아냈으면 했지. 

 p.294


 아버지는 인생백과사전의 '서문'을 쓰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구나. 소년 시절에 나는 인생백과사전만 읽으려 했지 '서문'은 읽을 생각이 없었단다. 어렵사리 그 두꺼운 백과사전을 읽어나가며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우연히 '서문'을 뒤적여보게 됐지. 그제야 서문이 썩 훌륭하다는 걸 알았지 뭐냐. 

p.296





부모가 힘들다는 건 안다.

얼마나, 어떻게.

그건 모른다.

부모가 되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가늠이 되지 않아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갖게 된다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다.

조금씩 나이가 들고 성인이 되어 부모님이 밟아온 길을 나 역시 딛기 시작하면서부턴,

한걸음 내딜때마다 부모님이 대단한 분임을 느낀다.

아무래도 대단하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성내지 아니하느니라."


성경 구절이면서  『작은 태양』에 자주 나오는 문장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렸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진 매주말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온 가족이 한강을 갔다.

캐치볼도 하고, 배드민턴도 치고, 인라인스케이트도 탔다.

어머니는 클로버 군락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으시기도 했다.

아버지는 연 날리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언제 어떻게 떠올려도 행복한 기억이다.

평생 갈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역시 부모님 덕이다.


언젠가 꾸릴 수도 있는 내가 속한 새로운 가정은 전혀 짐작이 안 가고 막연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꾸리게 된다면 받은 것 그대로.

받은 것 이상으로 하는 건 너무 어려워 보이니까.

모자라지 않게 하고 싶은 바람이다.

그것만으로 벅찰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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