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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님 보러 제주행

by 은수달


"이모, 이번에 주연 맡았는데 공연 보러 올 거지?"


타고난 관종인 막내 조카님이 이번 뮤지컬 공연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6개월 남짓 연습한 무대를 선보이는 자리인데 친이모가 빠질 순 없지.


이번에 세 번째 공연. 올해 초의 창작 뮤지컬에선 조연이었지만, 비중이 제법 높았고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해서 뿌듯했다. 이번 공연도 연습처럼 잘 해내길 기도하며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동생과 제부는 공연장에 있다고 해서 택시 타고 공항 근처 카페로 향했다.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은 카페 휴즐리.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한숨 돌렸다.



에어컨 그늘 아래 쉬고 있으니 여동생과 제부가 데리러 왔고, 우린 근처 국숫집으로 향했다. 공연이 저녁 7시 30분이라서 간단하게 먹고 공연장으로 또다시 출발. 공연장이 속한 제주콘텐츠진흥원에 도착하니 7시쯤 되었다.


무대에 불이 꺼지고 숨죽여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엔 주연을 맡아서 부담감이 컸을 텐데... 실수 없이 잘 해내길...'

속으로 기도했고, 짧은 대사와 함께 조카님은 독창 무대를 선보였다.


'노래에 감정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네. 언제 저렇게 실력이 늘었지?'


음감이 뛰어나고 소질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여느 성인 배우 못지않은 가창력을 뽐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잘 맞고,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춤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5개월의 연습과 사흘 간의 리허설. 공연 당일에도 서너 시간씩 리허설하느라 지칠 법도 한데, 무대 위에선 프로답게 춤추고 노래했다.


날이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지쳤지만, 먼 길 달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일 힘들었을 텐데... 안 피곤해?"

"괜찮아. 차 타고 오면서 충전했어."


역시 에너자이저 조카님이다. 잘했어, 백 배우!


창작뮤지컬 우리 엄마아빠를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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