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코드가 너무 잘 맞는 것 같아요."
"대리님이 원하는 걸 너무 잘 알죠?"
사장님의 심부름을 하려고 은행에 들렀다. 담당자가 바뀐 뒤로 한동안 서먹했지만, 간식 공세를 열심히 했더니 지금은 가볍게 대화도 주고받고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오늘은 초콜릿과 작두콩차 티백을 건네주었다. 에어컨 바람 때문에 기침을 자주 해서 얼마 전에 구입한 차였다.
"이거 별로 안 달고 맛있는데요?"
며칠 전에 주문한 간식이 도착했고, 테이블 위에 올려뒀더니 차장님이 가장 먼저 발견하고 시식했다. 여직원들 입맛이 나랑 비슷해서 간식 고르기가 수월하다.
텃세 심한 차장님의 마음을 열기 위해 몇 달 동안 간식을 바치며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업무상 겹치는 부분이 많았지만, 아무도 내게 제대로 일을 알려주지 않고 화부터 냈다. 그래서 처음엔 실수도 자주 하고 일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서 퇴사도 진지하게 고려했다.
눈치껏 필요한 걸 찾아서 하고 개인적인 부탁도 망설임 없이 들어준 덕분일까. 얼음장 같던 차장님의 마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했고, 가끔 내가 실수하거나 업체에서 무례하게 대해도 내 편이 되어준다. 이 얼마나 든든한 지원군인가. 사장님 역시 쓸데없이 간식을 갖다 놓지 말라고 하더니 지금은 본인이 먼저 찾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렵지만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돌다리를 건너듯 조심스럽게, 때론 뜀틀을 넘는 것처럼 가뿐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