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대리님은 이것저것 회사에서 안 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못하는 것 빼고 다하는 은 대리입니다 ㅎㅎ"
어느 커뮤니티에서 게시글을 열심히 올렸더니 얼마 전에 '대리'로 진급했다. 오늘 오후, 남은 수박을 손질해 주스를 만들어 직원들과 나눠마셨다. 예전에 주스점에서 일한 경험을 제대로 살렸다.
점심때, 사장님과 여직원 두 분을 모시고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기존에 이용하는 식당은 반찬이 부실해서 불만이 많은 터였다. 새로 찾은 곳은 반찬도 깔끔하고 간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내일부터 여기서 주문할까요?"
"그러죠 뭐. 그동안 밥이 부실했는데 이젠 제대로 된 점심을 먹을 수 있겠네요."
기존에 거래하던 식당보다 약간 더 비싼데 퀄리티는 차이가 많이 났다. 고민하는 사장님한테 밥의 중요성을 강조했더니 곧바로 오케이 했다.
3층 숙소의 에어컨이 고장 났다고 해서 곧바로 인터넷으로 접수했다.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기사한테 연락이 왔다. 근처에 있으니 방문해도 되느냐고.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기사한테 증상을 얘기하며 숙소로 안내했다. 전원이랑 이어지는 메인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데 재고가 없어서 대리점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기사님들이 나타났다. 결국 한 시간 넘게 걸렸지만, 중요한 일을 해결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다. 음료수를 기사님들한테 전해주며 고생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면접 볼 때도, 직장 생활할 때도 못한다는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해보지 않은 일은 배우면 되고, 감당하기 힘든 일은 누군가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어쨌든 못하는 일 빼고 다하는 은 대리의 하루는 바쁘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