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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독일상 훔쳐보기 35화

35. 고립의 시대

by 은수달

우리 시대 외로움의 징후는 우리가 정치인과 정치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 일터에서 소외되어 있다는 느낌, 사회의 소득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 스스로가 힘이 없고 무시당하는 존재라는 느낌까지 아우른다. 내가 정의하는 외로움은 단순히 남과 가까워지고 싶은 소망 이상을 의미한다.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중


"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도 사람들은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언제든 연결될 수 있지만, 언제 끊어질지 모르니까요."


"메신저에서는 상대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얼굴 보면서 얘기하면 상대의 미세한 표정이나 감정을 읽을 수 있지만요."

"섣불리 감정을 드러냈다가 상대가 오해하거나 잘못 판단할까 봐 두려워서 그런 것 같아요."


비 오는 어느 날,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정훈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차가워 보이지만 따뜻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사려 깊은 사람. 알면 알수록 새로운 걸 발견하는 기분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거창한 이벤트는 부담스러워요. 평소엔 소홀하다가 이벤트 하나로 퉁 치려는 느낌도 들고요."

"그래도 대부분 여자들은 이벤트나 서프라이즈를 기대하지 않나요?"

"저는 달라요. 그냥 평소에 잘하거나 소소하게 챙겨주는 게 더 좋아요."


다르다고 얘기하면서도 얼마나, 어떻게 다른 건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 서로 눈을 마주 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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