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애삼이가 일주일 내내 준비해 온 프로젝트 시범을 보여주는 날이다. 사장이 스마트 팩토리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사업을 따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맡는 프로젝트라 생각보다 신경 쓰고 챙길 것이 많다며, 사흘 내내 야근했다.
나도 엔잡러라 바쁘긴 하지만, 본업은 대개 일찍 마치는 편이다. 저녁 먹고 남은 일을 하거나 글쓰기, 독서 등이 유일한 취미이다. 반면, 애삼이는 부업도 틈틈이 하느라 나보다 더 바쁘다. 거기다 게임을 좋아해서 쉬거나 별일 없으면 게임 세계로 빠져든다.
저녁 먹고 난 뒤 모임이 있어서 근처 카페로 향한다. 7시가 조금 넘자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오늘의 주제는 '힐링'이다. 타로 카드를 통해 나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등등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 중간에 애삼이가 저녁 먹고 귀가하는 길이라고 톡을 보내온다.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B는 결혼 후 육아까지 병행하느라 취미생활을 포기했단다. 유일하게 허락된 자유가 한 달에 한두 번 나오는 독서모임이라고 했다. 연애 후 자연스레 종적을 감추는 커플은 그나마 낫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한 사람은 모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데, 상대가 불안한 마음에 못 나가게 하거나 계속 불만을 삼는 것이다. 나도 모임 밖에서 알게 된 분과 사귄 적이 있는데, 운영진으로 활동하는 나 때문에 자신과 데이트할 시간을 뺏기는 것 같다며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한 번은 모임에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렸으며 내가 왜 그토록 동호회 활동에 열정적이었는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가끔 내가 주말에 일이 생기면 혼자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했다.
연인이나 부부라고 해서 매 순간 같이 보내거나 서로의 모든 것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간섭과 소유욕은 서로에게 자극을 주지만, 지나침은 대체로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그래서 가끔은 각자의 취미 활동이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도 있는 것이다.
각자도생을 기본으로, 공생하는 방법을 터득해야만 우린 연인 혹은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