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Apr 29. 2022

22화 싸움의 기술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누군가와 다투거나 언성 높일 일이 생긴다. 감정적으로 깊게 읽혀 있는 연인의 싸움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때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게 만든다.




어제는 월요일. 안 그래도 피곤한데 애삼이가 회의하느라 1시간 정도 늦게 퇴근했다. 운동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새로 생긴 반찬 가게에 들러 그와 나누어 먹을 반찬을 골랐다.

'어라? 닭발도 파네?'

순간 며칠 전부터 닭발 먹고 싶다고 노래 부르던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재첩국이랑 깍두기도 사야겠다.'

그가 좋아할 모습을 떠올리며 귀가하자마자 씻고 저녁 준비를 했다.


"한 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다들 어찌나 말이 많던지... 졸려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러게요. 무슨 세미나도 아니고..."

그를 달래준 뒤 닭발을 보여주자 함박웃음을 짓는다.

"어떻게 이걸 살 생각을 다 했어요?"

"용기 내어 사 봤어요."


그동안 나 때문에 서운하고 힘들었을 그를 생각하며 낮엔 카페에 들러 초콜릿을 샀다. 그걸 보여주니 그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초콜릿 선물이 마음에 안 드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득 집에 있는 가구의 치수를 재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차피 여기랑 구조도 비슷한데 굳이 치수를 재야 하나요?"

"그러게요. 근데 설계사가 필요하대요."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는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배불리 저녁을 먹고 난 뒤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 디저트를 먹었다. 그리고 드라마가 끝난 뒤, 그에게 불만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아까 초콜릿 별로였어요?"

"그게 아니라 같이 먹으려고 산 줄 알았어요."

"자길 위해 산 거라고 얘기했잖아요. 그리고 치수 재는 이유도 설명했는데, 마치 나한테 따지듯 얘기해서 당황했어요."

"그렇게 얘기한 적 없는데... 그리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서요."

"저도 그랬지만 필요하다고 하니 받아들인 거예요."


평소에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에 인색한 것 같다며 생각난 김에 얘기했다.

"그런 표현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어릴 적에 그런 환경에서 안 자라다 보니..."

그는 변명처럼 덧붙였지만, 서운한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서로 생각의 차이나 자라온 환경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경우도 많을 것이다. 때론 사소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처받거나 혼자 고민할 때도. 그렇다고 무조건 환경을 탓하거나 타고난 성향 탓으로만 돌린다면 갈등은 겹겹이 쌓여 서로를 멀어지게 할지도 모른다. 상대한테 불만이나 서운한 점이 있다면 기회 봐서 차분하게 얘기해 보자. 참고 피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