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타입 중 최악은 세 번째인 것 같다. 둘 다 직장인이지만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외식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타협이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했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궁합(정확히 말해 음식에 대한 가치관)이 생각보다 안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먹는 데 쓰는 돈이 아까우면 상한선을 정해줘요. 그럼 어떻게든 맞춰볼게요."
참다못한 난 차선책을 제시했고, 우린 제한된 범위 안에서 먹고 마시는 비용을 지출했다.
물론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과 타고난 입맛이 달라서 음식궁합이 안 맞을 수도 있다. 한 명은 고기 파인데 다른 한 명이 채식주의자라면, 한 명은 다이어트 때문에 식단 조절해야 하는데 상대는 먹는 걸로 스트레스 풀거나 자주 먹어야 한다면... 같이 식사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을까?
다행히 애삼이는 먹는 데 돈을 크게 아끼지 않을 뿐 아니라 매번 무엇을 같이 먹을지 상의하고, 때론 내키지 않아도 나의 식성을 존중해준다. 그리고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종종 요리하는 내 모습에 자극받아 하나씩 배우고 있다.
[애삼이가 직접 구워준 팬케이크]
매번 식사 메뉴 결정을 상대한테 떠넘기거나 음식점에 갈 때마다 불평하는 사람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뭐 먹을래요?"
"아무거나요."
"그런 메뉴는 없는데요."
본인이랑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다고, 식성이 까다롭다고 해서 쉽게 단정 짓지 말자. 성격처럼 음식도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